서도호 작 ‘고등학교 유니폼’. 사진제공 아라리오 갤러리
세계 미술 무대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국내 작가 6인의 작품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전시회가 마련됐다. 천안의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열리는 ‘다리 위에 서서(Standing on a Bridge)’전에는 전광영, 조덕현, 서도호, 코디 최, 이불, 마이클 주의 작품들이 나온다.
개관 이후 키스 해링 전, 팝 쓰루 아웃 전, 영국 현대미술전 등 굵직한 해외작가 전시만 해온 아라리오 갤러리가 그동안 컬렉션한 작품 중 엄선한 국내 작가들의 기획전이다.
전시 제목은 2001년 마이클 주의 개인전에 출품된 작품 제목에서 빌려온 것. ‘다리’가 상징하는 통로, 이어짐의 의미대로 6인의 작가를 통해 한국과 세계, 동양과 서양의 과거 현재 미래를 조망해 보자는 것이 기획 의도다.
전시는 1부(2월10일∼3월14일)와 2부(3월19일∼4월25일)로 나뉜다. 1부에서는 전광영, 조덕현, 서도호의 작품이 선보인다. 한지로 싼 스티로폼이라는 한국적 요소를 추상적 형태의 오브제로 제작한 전광영의 ‘집적(Aggregation)' 시리즈, 한국 근대사진의 이미지를 회화로 변형시키는 작업을 선보여온 조덕현의 ’20세기의 기억(Memory of the 20th Century)’ 연작이 나온다. 교복 상의 60개를 모두 이어 붙여 완벽하게 줄을 맞춰 세운 서도호의 ‘고등학교 유니폼(High School Uni-Forms·1996)’도 만날 수 있다. 그의 작품은 획일화된 현대사회의 인간상을 표현한 것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1부 작가들이 과거와 현재를 잇는 작업을 주로 선보인다면 2부 작가들은 미래의 예술과 세계에 대한 독특한 전망을 보여준다. 현재와 미래를 잇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코디 최는 컴퓨터 기술을 이용한 데이터베이스 회화작업을 선보인다. 수많은 데이터베이스에서 정보를 추출해 새로운 이미지의 디지털 풍경화를 그리기도 하고 고대 그리스 조각, 미켈란젤로, 로댕 등 서구 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패러디해 문화를 재해석한 설치작품들도 내놓는다.
코디 최의 작품이 예술과 기술의 혼합이라면 이불은 사이보그 연작을 통해 인간과 기계의 혼합을 보여준다. 기술발달 시대 새로운 인간상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기술, 권력, 여성성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한편 마이클 주는 인간과 자연의 결합이라는 관점에서 삶과 미래를 대자연의 순환논리로 바라본 작품들을 선보인다. 041-551-5100∼1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