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두진 ‘이상한 경계’, 마로니에 미술관.
글자가 없던 시절, 사람들은 동굴 벽에 희로애락을 담았다. 현대에 들어와 벽은 때로 저항을 담는 캔버스가 되기도 했다. ‘벽’ 하면 떠오르는 것은 폐쇄나 단절이지만, 사실은 소통의 공간이기도 했던 것이다. 이 같은 기획의도를 살린 이색 전시회가 열린다.
서울 종로구 동숭동 문예진흥원 마로니에 미술관에서 열리는 ‘이야기하는 벽(Talking to the Wall)’전은 12명의 작가가 침묵하는 흰 색의 폐쇄적인 벽을 형형색색의 공간으로 변모시켜 단절이 아닌 소통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박은선은 라인 테이프와 거울을 이용해 건축적 이미지를 구축한 '유리벽'을 선보이며, 여계숙은 움직이는 벽화의 개념을 도입해 원시 동굴벽화 속 상형문자 같기도 한 이미지들을 반복해 그렸다.
임자혁은 못을 이용해 색색깔 고무줄들을 마치 벽에 드로잉 하듯 연결했다. 외부 자극에 변형되는 고무줄이라는 재료의 특성 때문에 벽 자체가 변화하는 느낌이다.
안두진은 마치 담쟁이덩굴이 벽에 뿌리를 박고 그 위를 뻗어 나가듯 이미지들이 벽 위로 퍼져 나가는 것 같은 화면을 보여 준다. 이밖에 허욱, 강선미, 남일, 손한샘, 안성희, 이제, 임국, 정승운 등이 참여했다. 마로니에 미술관은 전시 후속작업으로 지역주민과 미술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벽화제작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3월11일까지. 02-7604-726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