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가 출자해 설립한 공기업 경남개발공사가 수십억 원대의 사옥 건물을 매입하면서 조례와 정관에 명시된 절차를 무시한 채 서둘러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남도의회 ‘출자 출연기관 및 현안에 대한 행정사무조사 특위’의 이병희(李秉熙) 의원은 14일 도의회 임시회에서 “경남개발공사가 관련 절차를 모두 무시하고 2002년 지방선거 당시 김혁규 전 지사가 사무실로 사용했던 건물을 비싼 가격에 사들였다”며 “매입 과정과 매입 금액에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경남개발공사는 지난해 12월 4일 창원시 용호동 S사 소유의 빌딩(1991년 건립, 지하 1층 지상 3층 연건평 761평)을 33억5000만원에 매입키로 하고 계약을 체결했으며, 20일 뒤 잔금 지급을 마쳤다.
이 과정에서 공사는 정관에 명시된 이사회 의결과 경남도 승인 등 주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공사는 계약 이후인 12월 15일 전·현직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6명의 이사들을 찾아다니며 ‘서면(書面) 의결’을 받았으며 경남도에는 12월 16일 뒤늦게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경남도는 올해 1월 7일 ‘사옥 매입에 필요한 예산 조치와 매입에 따른 관련 법규를 준수하기 바란다’는 엉뚱한 단서를 붙여 사후 승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의원은 “경남개발공사의 사옥 매입은 지난해 사업계획에도 없었던 것”이라며 “특히 전 소유주가 2001년 5월 17억여원에 매입했던 건물을 3년 만에 16억원이나 더 주고 서둘러 매입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남개발공사는 최근 이 사옥으로 이사했으며, 사옥 매입 당시의 공사 사장은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퇴직했다.
도의회 행정사무조사 특위 관계자는 “사옥 매입과 관련된 참고인들을 불러 회계처리의 적법성을 검토하는 등 공기업 관리의 문제점을 철저히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남개발공사 관계자는 “전 소유주와 협상 과정에서 최대한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관련 절차를 이행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S사 관계자도 “2001년 18억원에 건물을 사들였으나 보수공사와 세금 등으로 6억 원 이상이 더 들어갔다”며 “지난해 말 자금 조달을 위해 시가 보다 낮은 가격에 건물을 팔았다”고 말했다.
창원=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