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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비준 동의안]‘수출 코리아’ 16일 국회에 달렸다

입력 | 2004-02-15 18:54:00


16일 한국 국회의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국내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이 이번 ‘4번째 시도’에서도 표를 의식해 비준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한국이 국제 통상무대에서 ‘외톨이’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통상전문가들은 우려한다.

경제단체장들도 비준안 처리를 촉구하고 나섰다. 칠레 언론에서는 한국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가 나오는 등 해외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한국호(號)’ 1년 전으로 후퇴하나=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의 정재화(鄭宰和) FTA팀장은 “16일은 한-칠레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며 “비준을 못 받아 이번 임시국회를 넘기면 FTA 문제는 1년 전 상황으로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정치권이 이번 임시국회 후 총선 전에 다시 국회를 열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

또 17대 국회로 넘어가면 △국회법에 따라 비준동의안을 다시 만들고 △새로 구성된 국회와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다시 설명해야 하며 △본회의에 상정하는 등 작년에 진행했던 절차를 반복해야 한다.

한-칠레 FTA가 비준되지 않을 경우 한국의 대외신인도가 크게 떨어지고 일본 싱가포르 등 다른 나라와의 FTA가 더 어려워지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경제5단체 ‘비준’ 호소=한-칠레 FTA 비준 처리가 계속 지연되면서 이미 수출 상품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등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멕시코에서는 정부가 발주한 대형 건설 프로젝트에 FTA 회원국 기업에 한해서만 입찰 기회를 주기로 정하는 등 한국이 국제시장에서 ‘왕따’를 당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5단체장은 15일 호소문을 내고 “작년 7월 국회에 처음 상정될 때는 의견대립으로 처리가 조금 지연될 수 있다고 이해했으나 비준을 세 번이나 미룬 지금은 ‘위기 국면’으로 가고 있다는 우려가 든다”며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칠레 일간지 ‘엘 메르쿠리오’는 14일(현지시간) “한국 국회가 3번 연속 FTA 비준을 연기하자 미국의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낮출 수도 있다는 놀라운 경고를 보냈다”며 “이는 한국의 FTA 부결이 심각한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한국 국회가 16일 또다시 비준안 처리에 실패할 경우 4월 총선 전에는 더 표결을 시도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16일에는 비준동의안을 반드시 처리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쌀 협상에도 악영향=16일 비준안이 부결 또는 지연되면 올 하반기부터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를 쌀시장 개방 재협상에도 악영향을 줄 전망이다.

쌀시장 개방 문제는 한국 농업에 미칠 충격이 한-칠레 FTA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데다 협상 시한이 올해 말로 정해져 있다.

1994년 타결된 우루과이라운드(UR) 협정에서 한국은 농업 구조조정을 전제로 10년간 시장 개방을 미루는 ‘쌀 관세화 유예’를 받았다. 따라서 한국은 올해 안에 관세화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서강대 안세영(安世英·국제통상학) 교수는 “쌀 문제는 한-칠레 FTA와는 달리 미국 중국 등 강대국과 협상을 벌여야 하며 총선이 끝나면 농민의 반발이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돼 쌀시장 개방 재협상도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에도 한-칠레 FTA비준 동의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영구 표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차지완기자 cha@donga.com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