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중반 프랑스에서 잘나가던 요리사 한 사람이 자살했다. 레스토랑 평가 책자인‘미슐랭 가이드’가 자신의 레스토랑 등급을 떨어뜨리자 죽음을 택한 것.
미슐랭 가이드는 프랑스 관광 요식업계의 바이블이자 ‘절대권력’이다. 한 해의 장사를 좌우한다. 매년 가이드가 발매되는 3월 초 프랑스 레스토랑의 서열이 매겨진다.
이 미슐랭 가이드가 2004년판 발매를 앞두고 처음으로 권위에 대한 도전을 받고 있다. 레스토랑 평가를 담당했던 파스칼 레미가 12일 평가가 엉터리라고 폭로했기 때문.
그는 “1만개의 프랑스 레스토랑에 대한 평가자는 5명뿐”이라며 “그나마 매년 평가하는 게 아니라 3년반에 한 번 정도 한다”고 주장했다. “레스토랑 주인과 이해관계가 있는 평가자의 편지만을 가지고 자의적으로 평가하는 일도 다반사”라고 밝혔다.
“별 3개짜리 레스토랑 가운데 3분의 1은 수준 미달”이라는 폭로는 더욱 충격적이다. 별과 포크로 등급을 매기는 미슐랭 가이드에서 최고 등급인 별 3개를 받은 레스토랑은 ‘유럽 최고’로 공인받아 왔다. 2004년판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3개를 받은 레스토랑은 전 유럽에서 27개뿐이다.
레미씨의 폭로는 업계는 물론 프랑스 요리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국민에게도 충격이었다. 유력지 르몽드는 이를 1면 주요기사로 다뤘다.
그러나 미슐랭 가이드측은 “레미씨는 ‘돈을 주지 않으면 미슐랭 가이드에 관한 글을 쓰겠다’고 위협하다 해고된 인물”이라며 “그의 폭로는 모두 거짓”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이맘때도 또 다른 평가책자인 ‘고미요 가이드’에서 평점이 떨어진 레스토랑의 요리사 겸 주인이 자살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