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을 바라보는 나이에 100kg이나 나가는 거구. 그런 존 댈리(38·미국)가 부끄러움도 잊고 펑펑 울었다.
1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호야 토리 파인스GC 남코스(파72·7607야드)에서 열린 2004 미국 프로골프협회(PGA)투어 뷰익인비테이셔널(총상금 480만달러) 4라운드. 연장전에서 우승이 확정된 뒤 댈리는 얼굴을 두 손에 파묻은 채 어깨를 들먹였다.
PGA투어에서 우승한 게 얼마 만인가. 95년 브리티시오픈 이후 무려 9년 만, 더 정확히 말하면 8년6개월하고도 22일 만이었다. 이 기간에 그는 참 많은 일을 겪었다.
늘 그놈의 술이 문제였다. 댈리는 91년 PGA투어 챔피언십 첫 우승에 이어 92년 BC오픈에서 우승하며 미국 프로골프계에 혜성과 같이 떠오른 스타. 300야드를 가볍게 넘는 폭발적인 드라이버 티샷으로 ‘괴력의 장타자’란 별명을 얻은 것도 이때였다.
하지만 승부에 대한 부담과 투어생활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그는 술을 가까이했고 결국 선수로는 치명적인 ‘알코올 중독자’란 낙인이 찍혔다. 92년 투어생활까지 중단하며 1년여간 술을 끊기 위해 몸부림을 친 댈리는 94년 벨사우스클래식과 95년 브리티시오픈 우승으로 ‘최연소 2개 메이저 타이틀 보유선수’가 됐다. 그러나 영광도 잠시, 그는 다시 술의 유혹에 빠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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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를 위해 재활원에 들어갔다. 음주와 치료의 끝없는 반복이 이어졌고 도박에까지 손을 댔다. 괴팍한 성격에 라운드 도중 클럽을 집어던지기 일쑤였고 경기를 중도에 포기하는 등의 기행으로 미국 PGA로부터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여기에 가정불화로 두 차례 이혼까지 한 그는 미국 골프계에서 ‘인생 낙오자’ 취급을 받았다.
‘좌절과 방황을 딛고….’ 존 댈리의 골프인생에선 기쁨보다는 슬픔과 고뇌의 시간이 더 많았다. 게임이 안 풀릴 땐 클럽과 공을 연못에 내던지고 한 라운드에 담배 두갑을 피울 정도로 골초였던 댈리. 야간에 공을 때리고 록밴드 연주활동도 하며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려고 애썼던 풍운아. 요즘에는 다이어트콜라로 술의 유혹을 떨쳐버리고 있다.
다시 일어서기 위한 몸부림은 처절했다. 틈만 나면 입안에 털어 넣던 위스키 대신 맥주를 마셨다. 다음엔 하루 30캔씩 들이켜던 맥주도 끊고 다이어트 콜라로 갈증을 달랬다. 비행기 대신 버스를 개조한 트레일러를 타고 투어생활을 한 그는 수없이 이를 악물었다.
지난해 한국오픈과 캘러웨이 페블비치 이벤트 우승으로 재기 가능성을 내비친 그는 이번 뷰익인비테이셔널 우승으로 ‘새로운 댈리’로 다시 태어났다. 올 시즌 들어 아직 3개 대회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장타 부문 1위를 되찾았다. 드라이버샷 정확도는 지난해 49.7%에서 올해 60.5%로, 그린적중률은 63.8%에서 76.5%로 껑충 뛰었다. 평균 퍼트 수도 지난해 119위에서 올해 8위로 상승했으니 3박자를 고루 갖춘 것.
“두 차례 메이저 타이틀을 따냈지만 이번 우승이 가장 소중합니다. 타이거 우즈와 같은 대회에 출전해 우승한 건 처음이라 더욱 기분 좋고, 많은 (인생의) 굴곡을 겪은 뒤 얻은 우승이라 더욱 달콤하네요.”
우즈는 “댈리가 그동안 겪었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며 “재기에 성공한 것을 축하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