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감독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금배지를 다는 국회의원이 273명인 반면 감독은 8명에 불과하다. 많이 약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팀 내에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 선수기용의 생사여탈권도 갖고 있다. 그런데도 ‘감독은 파리 목숨’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코치들의 현실은 어떨까. 해마다 사령탑이 바뀌는 인사 철이 되면 ‘철새들의 대이동’이 시작된다. 새 감독이 부임하면 실력보다는 연고에 의해 코치진이 구성되는 관행 때문이다. 요즘엔 40대 젊은 감독이 워낙 많다보니 코치의 정년도 내려갔다. 결과적으로 파리 목숨보다 못한 게 코치 인생이다.
그러다보니 일부 코치들은 ‘해바라기’가 될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살아남기 위해 온갖 인맥을 동원하고 2군을 자처하는 수모를 감수하기도 한다.
여기서 한번 생각해보자. 감독 되기를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에 비유하지만 코치되기는 또 얼마나 어려운가. 산술적으로만 따져도 현재 56개 고교 팀에서 한해 졸업생을 학교당 10명씩 쳐 560명이라고 볼 때 신인지명을 받아 프로 선수가 될 확률은 10분의1에도 못 미친다. 이중에서 8개 구단 전체 100명 안쪽인 코치가 될 확률은 또 10분의1이다. 결국 야구 유니폼을 입어본 선수 중 1% 정도가 프로 코치까지 올라간다.
그럼에도 코치의 대우는 감독이나 스타 선수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삼성 선동렬 수석코치처럼 처음부터 1억2000만원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십수년 선수생활을 한 다음 35세를 전후해 코치가 되면 초임은 연봉 4000만원 수준이다.
그래서 일부 선수는 나이가 들어도 연봉이 절반 이상 뚝 떨어지는 코치가 되기보다는 선수로 남기를 원한다. 실례로 선수 겸 코치였던 롯데 김응국은 자유계약선수로 지난해 2년 계약을 할 때 보장받은 연봉 1억2000만원을 승계한다는 조건하에 올해 전업 코치가 됐다.
그래도 김응국 정도면 괜찮은 편이다. 코치가 되고 싶어도 못 되는 쪽이 대다수다.
이래서는 안 된다. 우리 프로야구도 이제 23년 역사의 어엿한 성인이다. 이제부터라도 감독은 연고보다는 실력 우선으로 코치를 선발하고 유능한 코치들은 어깨를 활짝 펴고 팀을 이끌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