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관권선거 논란 등으로 갈등을 빚던 3당 원내대표 및 총무가 16일 모처럼 활짝 웃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왼쪽), 홍사덕 한나라당 원내총무(오른쪽 가운데), 유용태 민주당 원내총무(오른쪽 아래)가 이날 한-칠레 FTA 비준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뒤 자축하고 있다. -김경제기자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1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한국도 세계무역의 큰 흐름인 FTA 무대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는 1998년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양국 정상이 FTA를 추진키로 합의한 뒤 5년3개월 만의 일이다. 또 협정서에 정식 서명한 뒤 1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FTA 협상을 타결한 지 1년반 만에 비준 작업이 끝났다.
한국은 이번 FTA 비준으로 세계무역기구(WTO) 146개 회원국 가운데 몽골과 함께 FTA를 발효하지 못한 두 나라 중의 하나라는 오명(汚名)을 마침내 씻었고 국제통상질서의 ‘외톨이’ 신세도 벗어났다.
한국의 첫 FTA인 한-칠레 FTA가 비준돼 일본 싱가포르 등 나머지 나라와의 FTA 체결도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하지만 일부 정치인과 농민의 반발은 여전히 부담으로 남아있다. 올해 말로 다가온 ‘쌀 시장 개방 재협상’ 시한을 앞두고 또 한 차례 극심한 마찰이 예상된다.
▽수출 경쟁력 추락 막았다=한-칠레 FTA는 양국이 국내 절차를 마쳤다는 서한을 교환하고 1개월 뒤부터 발효된다. 이에 따라 이르면 3월 말 양국간 FTA가 발효될 전망이다.
FTA 발효 후 우선 칠레 시장에서 한국 상품의 시장점유율이 2002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자동차의 칠레시장 점유율은 2002년 20.5%에서 지난해에 18.8%로 떨어졌다. 휴대전화 점유율도 10.7%에서 7%대로 하락했다. 유럽연합(EU) 등 작년에 칠레와 FTA를 발효시킨 나라에 시장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한-칠레 FTA가 발효되면서 한국은 경쟁국과 같은 조건으로 칠레에 수출할 수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한-칠레 FTA 발효로 한국의 대(對)칠레 수출은 연간 5억4000만달러, 수입은 2억2000만달러가 늘어 3억2000만달러의 무역수지 흑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한-칠레 FTA가 중남미 시장 전체에 대한 한국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다른 나라와 FTA 협상에 탄력=안호영(安豪榮) 통상교섭본부 다자통상국장은 “한-칠레 FTA는 칠레시장 확보보다 일본 싱가포르 등 다른 국가와 FTA를 적극 체결할 계기가 된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한일 FTA 체결을 위한 양국 정부간 첫 협상을 가진 데 이어 이달 23일 2차 협상을 갖는다. 다음달에는 한-싱가포르 FTA 체결을 위한 2차 협상을 벌인다.
FTA 체결국끼리 특혜를 주는 무역은 2000년 세계 무역의 65%를 차지했다. FTA 체결국이 늘어날수록 수출 시장이 늘어나는 셈이다.
이달 들어 한-칠레 FTA 비준안 통과 외에 미국-호주는 FTA를 체결했으며 싱가포르-인도, 일본-멕시코 등은 협상을 진전시켰다. KOTRA는 2005년 말까지 모두 300여개의 FTA가 발효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상정책 조율 “이대로는 안 된다”=한-칠레 FTA 국회 비준은 ‘농민표’를 의식한 정치권에 발목을 잡혀 세 차례나 국회 처리가 무산되는 진통을 거쳤다.
농촌 출신 국회의원들과 일부 농민단체는 국가 위기를 외면했고 정부는 ‘강경한 소수’에 밀려 정책 추진에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대통령의 리더십 부재(不在)에 대한 지적도 적지 않았다.
이는 당장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할 쌀 시장 개방 재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협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곽노성(郭魯成) 동국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국익 차원에서 통상 현안에 관해 서로 다른 주장을 조율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국민에게 현실을 제대로 알리는 교육과 홍보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차지완기자 cha@donga.com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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