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5일 경주용 복장까지 갖춰 입고 플로리다주 데이토나 비치에서 열린 ‘데이토나 500’ 자동차 경주대회 개막식에 참석해 경기 시작을 선언했다. 부인 로라 부시 여사도 함께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20만명이 입장했으며 미국 전역에서 4000만명이 TV중계를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군복무 기피 의혹에 시달리고 있는 부시 대통령은 현장 인터뷰에서 “경주용 차를 타보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방위군에 있을 때 전투기를 몰았으며 스피드를 좋아한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이 이날 경기장을 찾은 것은 ‘내스카 아빠(Nascar Dad)’들 때문. 내스카는 1인용 경주용차와는 달리 일반 승용차를 개조해 벌이는 자동차 경주로 ‘내스카 아빠’란 이런 내스카를 좋아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유행어다.
이들은 대체로 고졸 수준의 백인 남성 육체노동자들로 시골 출신에 정치적으로는 보수적이며 미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동시에 경제에도 관심이 많은 편이다. 내스카가 남부에 뿌리를 두고 있는 만큼 남부 팬들이 많지만 지금은 전국적으로 많이 확산돼 7500만명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거전문가들은 1996년 대선 때의 ‘사커 맘(soccer mom)’들처럼 이들 내스카 아빠들도 11월 대선에서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교외에 살면서 자녀들을 차에 태우고 축구연습장을 돌아다닐 만큼 열성적인 엄마들을 일컫는 사커 맘들은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의 재선에 빼놓을 수 없는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화당은 내스카 아빠들이 보수적이며 남부 출신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만큼 공화당 지지 성향이 강하다고 판단해 적극적인 구애 공세를 펴고 있다. 이날도 데이토나 경기장에서 유권자 등록 신청을 받는 등 사실상 선거운동을 펼쳤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들이 일자리와 경제상황에 민감한 중산층들로 현재 경제가 불안하고 중산층이 붕괴하고 있는 만큼 상당수는 민주당 지지로 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