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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서재열/대구 '전동차 개선' 더 완벽하게

입력 | 2004-02-16 19:40:00


18일은 대구 지하철 비극이 일어난 지 1주년이 되는 날이다. 불과 1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국민의 기억 속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대구지하철안전시민연대’의 공동대표 자격으로 12일 대구 월배 전동차기지창에서 있었던 전동차 화재 실연회에 참석했다. 기지창은 가족을 떠나보낸 유가족들의 슬픔으로 가득 찼다.

전동차의 시트 바닥재 단열재 내장판 등의 기존 부품과 개선 부품에 각각 섭씨 700도의 고열로 30초간 불을 붙였는데 기존 부품은 성난 화염과 더불어 유독가스와 연기가 빠르게 퍼져나가며 전소됐다. 그 순간 1년 전 참사로 유명을 달리한 희생자들이 생각나 절로 눈물이 고였다.

개선 부품은 불이 퍼지는 속도가 느렸고, 부분적으로만 탔다. 이를 보면서 ‘진작 저렇게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실제 전동차의 3분의 1 크기 모형에서 진행된 ‘전동차 실험’을 보고선 실망했다. 개선 부품을 장착하고 한쪽 벽을 터놓은 상태의 전동차 모형 내부에 시너를 뿌리고 불을 붙이자 3초 만에 검은 연기와 유독가스, 불길이 참석자를 집어삼킬 듯한 기세로 솟구쳤다. 불길은 정확하게 3분35초가 지나서야 꺼졌다.

너무 긴 시간이었다. 3분이 넘는 시간 동안 불길과 유독가스가 가득 찬 전동차 안에서 누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더욱이 실제 지하철처럼 한쪽 벽이 터지지 않은, 밀폐된 공간이었더라면 상황은 더욱 심각했을 것이다.

부품은 개선됐다지만 전동차 실연은 성공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미흡한 점을 보완해 더욱 철저히 개선하지 않고서는 제2, 제3의 대구지하철 참사가 일어날 것임은 불을 보듯 환하다. 아픈 기억일수록 오랫동안 교훈으로 삼고 고쳐나가야 한다.

서재열 대구지하철안전시민연대 공동대표·남서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