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책요?…사상적으로 영향을 받은 책 말이로군요…‘공산당 선언’ ‘자본론’…그리고 포이어바흐의 ‘유심론과 유물론’, 그런 것들이죠…다 일본어로 된 거였습니다.
일본어로 읽는 게 빠르기도 하고, 번역된 책은 본 적도 없으니까요…아니, 샀습니다. 도쿄대에 유학하고, 광복 후에 귀국한 학생이 책을 내다 팔았거든요…거기가 어디냐고요? 남포동 미군 시장 뒷골목인데…그냥 지나가면 잘 모릅니다…보통 민가니까요…글쎄요, 300, 아니, 400권쯤 되지 않을까요…네, 뭐 안내야 할 수 있지만, 지금은 없습니다…정말이에요! 욱…우, 우우우우, 때리지 않아도 다 말하는데…아이고 아야, 말합니다, 다 말한다고요. 그러니까 이제…정말 없습니다…두 달 전인가? 소문에 들은 거라,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일가가 모두 일본으로 건너갔다고 했습니다…이름요? 당신, 책 사면서 책가게 주인 이름 물어봅니까?…대화요? 글쎄요…얼맙니까? 12원입니다, 그 정도겠죠…공작원? 공작원의 책방이 아니냐고요? …아지트요? 절대 아닙니다…지금 와서 제가 거짓말을 해서 뭐 하겠습니까…손톱 뜯기고, 손가락 부러지고, 팔 부러지고, 이런 꼴로 돌려보내지는 않겠지요…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각오가 돼 있습니다…책은 없어요…가서 수색을 하든 마음대로 하세요…우리 기숙사에는 자물쇠가 없으니까, 마음대로 들어가서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마음대로 들고들 갑니다…하하하하, 제2의 크렘린이니까요…기억나는 말요?…그런 게 무슨 필요가 있습니까?…욱, 으으으, 말할게요. 욱, 으으윽, 윽, 우우우우…말…말…일 개인이 타 개인을 착취하는 것을 그치면, 그에 비례하여 일 국민이 타 국민을 착취하는 것도 그치게 될 것이다. 일국의 내부에 계급의 대립이 없어지면, 나라와 나라 사이의 적시 또한 없어질 것이다…노동자에게는 조국이 없다. 따라서 그 사람에게 없는 것을 빼앗을 수는 없다…프롤레타리아는 부르주아에 대한 전투를 필요로 하는 바, 스스로 한 계급을 형성하고 혁명으로 지배계급이 되어 강제적으로 낡은 생산 관계를 폐절(廢絶)하는데, 그 생산 관계의 폐절과 더불어 계급 대립의 존재 조건을 폐절하고, 계급 전체를 폐절하고, 따라서 그 자신의 계급적 지배권 또한 폐절한다.
글 유미리
번역 김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