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주둔이 장기화되고 게릴라전 양상이 계속되면서 주둔 미군의 정신적 후유증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자에서 저항세력의 무차별적 공격에 노출된 군인들의 분노가 미국의 전략 수행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지난해 9월 카디야에 배치된 이후 5개월 동안 소대장 1명이 전사하고 연이어 2명의 소대장이 중상을 입은 한 소대를 사례로 들었다. 이 소대는 1월 자살 차량폭탄 공격으로 3명의 병사가 희생되면서 바그다드에서 서쪽으로 60마일 떨어진 라마디로 옮겨 휴식과 재편성에 착수했다.
이들을 다시 실전에 배치하기 위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정서적 상처의 회복. 소대원들이 처음에 느꼈던 공포와 슬픔은 이라크인들에 대한 분노로 바뀌었다. 문제는 미국이 이들 이라크 국민들의 민심을 얻고자 애쓰고 있다는 것.
소대원들은 이제 이라크인들이 접근하는 것조차 치가 떨린다고 털어놨다. 이들이 차량폭탄테러 후 고속도로에서 자신들의 호송차량 옆을 지나가는 차량에 경고 사격을 가한 것도 10여 차례에 이른다.
미국으로 귀향한 병사들의 고통도 쉽게 끝나지 않는다고 뉴욕타임스 매거진 최신호(15일자)가 전했다. 부상 때문에 후송됐지만 정작 이들을 괴롭히는 것은 불면증과 두통, 심한 경우 부분적인 기억 상실 등 정신적 고통이다.
미국내 많은 부대들이 후송된 부상병끼리 1주에 1번씩 모여 각자의 고통스러운 기억과 귀향이후 적응의 어려움 등을 함께 나누는 모임을 개설하고 있다. 미군 창설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전투에 나선 군인 중 약 25%가 정신적 후유증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라크 전쟁처럼 전선이 뚜렷하지 않은 게릴라 전쟁에서는 그 수가 훨씬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평가한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