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용기에 M&M초콜릿을 채운 모습. -사진제공 Science
물리학자가 초콜릿을 과도하게 좋아한 덕에 기존 학계의 정설을 뒤집는 성과를 올렸다.
과학전문지 ‘사이언스’는 13일 온라인판에서 빈 용기에 타원형의 물체를 채우면 완전 구형에 비해 밀집도가 높아진다는 미국 프린스턴대 폴 채킨 교수의 연구내용을 소개했다.
채킨 교수가 사용한 타원형 물체는 M&M 초콜릿. 평소 제자들은 채킨 교수가 초콜릿 애호가인 것을 알고 “아예 연구실에 초콜릿이 가득 든 드럼통을 갖다 놓아라”며 농담을 던졌는데 이 말에 ‘어떤 초콜릿이 가장 많이 담길 수 있을까’하고 생각한 것.
채킨 교수는 가로 세로 9cm의 사각형 상자와 세 종류의 원형플라스크를 준비했다. 여기에 M&M 초콜릿(보통과 소형)과 지름 3.1mm의 구슬을 넣은 후 공간이 얼마나 남는지를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으로 확인했다.
이전까지는 구형의 물체를 담았을 때 공간이 가장 작다는 게 정설이었다.
하지만 실험 결과 초콜릿의 밀집도가 더 높았다. 즉 구슬이 전체의 64%를 채운 데 비해 초콜릿은 68%에 달했다. 또 타원형 물체 중에서도 아몬드처럼 중간 부위가 둥근 형태가 더 높은 밀집도(74%)를 나타냈다.
이 연구는 거대 컨테이너에 과자나 약품 등을 담아 장거리 수송하는 업자들에게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그릇에 더 많이 담을 수 있는 비결이 제공된 셈이기 때문이다.
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슈퍼컴퓨팅연구실 이지수 박사는 “밀집도가 높을수록 재료는 단단해질 것”이라며 “한 예로 우주선 재료로 사용되는 특수 세라믹의 강도가 입자모양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기자 wolf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