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 방화 참사 때 테니스 동료 4명을 잃은 뒤 악몽의 1년을 보낸 송두수. 동아일보 자료사진
어느새 1년이 흘렀다.
뒤를 돌아보면 그리 길지 않은 세월. 하지만 몇 십 년이라도 된 듯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대구가톨릭대 테니스부 송두수(22·체육교육과 4년). 지난해 일어난 대구 지하철 방화 참사에서 팀 동료 4명을 한꺼번에 모두 잃은 그에게 지난 1년은 악몽과도 같았다.
18일은 사고가 난 지 꼭 1년이 되는 날. 5명의 선수 가운데 홀로 남겨진 송두수는 ‘그 일’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몸서리쳤다. “학교 테니스 코트 근처에 갈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함께 운동하던 모습이 어른거리고 당장이라도 눈앞에 나타날 것 같은데….”
사고 당일 송두수는 개인 일을 보느라 다른 동료들보다 먼저 기숙사를 나와 화를 면했다. 주장이었던 그는 당시 ‘차라리 그 열차에 함께 탔더라면’하는 생각 속에 죄책감에 사로잡혔다.
한동안 불면증에 시달렸다.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어요. 어렵사리 눈을 붙이면 친구와 후배들이 꿈에 보이더군요.” 가슴 속에 남은 상처를 잠시라도 잊고 싶은 생각에 자주 술잔을 들이켰다. 하지만 그때뿐, 술이 깨면 가슴 한구석이 더 뻥 뚫렸다.
아는 수녀님을 찾아 이런 얘기를 털어놓고 성수와 묵주를 받은 뒤 겨우 안정을 되찾았다. 부모님이 가톨릭 신자인 송두수는 세례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가끔씩 용기를 내 목숨을 잃은 동료 부모님에게 안부전화를 드린다. “잘 지내시냐고 하고 나면 뭐라 드릴 말씀이 없어요. 그때마다 너라도 잘돼야 한다고 하시더군요.”
한창 장래를 설계해야 할 대학 졸업반이지만 방황 속에서 1년 동안 테니스 라켓을 놓았던 송두수는 올해 초부터 경북 안동시 집 근처의 사설 테니스 코트에서 코치로 일하고 있다. “운동을 계속하지 못해 아쉽지만 선수의 꿈은 이제 접었어요.”
송두수는 18일 대구가톨릭대 성당에서 열리는 1주기 추모미사에 참석한 뒤 20일에는 졸업식을 갖는다. 졸업식 행사에선 사고로 희생된 동기생 김종석(당시 21세)에 대한 명예졸업장 수여식도 열린다.
9월 군입대한 뒤 장차 전공을 살려 체육교사가 되고 싶다는 게 그의 꿈. “이제 마음을 잡아야 할 것 같아요. 이럴수록 더 열심히 살아야겠지요. 하늘나라에 있을 친구들과 자식을 떠나보낸 친구 부모님들이 절 지켜보고 계시잖아요.”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