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력전투기 F-15C와 러시아의 첨단전투기 수호이-30MKI가 처음으로 맞대결을 벌인다. 그러나 맹수들이 장난을 치듯 발톱(실탄과 유도탄)은 사용하지 않은 채 가상 공중전만을 벌일 예정.
냉전시대에는 상상할 수 없던 격돌이 인도 중부 마디아프라데시주에서 16일 시작됐다. 미국과 인도가 이곳에서 사상 최대의 합동공군훈련을 펼치고 있는 것.
중국 러시아 파키스탄 등 주변국들은 27일까지 11일간 실시될 이번 장기 합동훈련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양국의 군사적 유대는 이 지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 급성장하는 중국의 군사력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포위전략’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훈련 규모 및 내용=미국에서는 태평양공군사령부 알래스카기지의 F-15C 전투기 6대와 C-5 수송기 2대, 대원 140여명이 참가한다. 인도에서는 러시아제 수호이-30MKI 다목적전투기와 미그-21, 27, 29 및 프랑스제 미라주-2000 전투기 등 주력기 대부분이 동원된다.
미국과 인도는 2002년 인도에서 첫 공군훈련을 실시했으나 당시에는 미국이 수송기 1대만을 파견했을 뿐이어서 이번 훈련은 전투기가 참여하는 사실상 첫 합동군사훈련.
양국 공군은 침공군과 대항군으로 나눠 원거리 미사일 공격과 무선전파 교란, 공중요격 등에 초점을 맞춰 훈련을 진행한다. 공중식별 훈련과 합동작전 능력 배양에도 역점을 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인도는 미국의 공중타격 능력과 전술을 익히는 데 주안점을 둘 것으로 전해졌다.
▽라이벌 전투기간의 사상 첫 대결=이번 훈련의 최대 관심사는 러시아가 미국의 주력전투기 F-15C를 격파하기 위해 만든 수호이-30MKI가 모습을 드러낸다는 점. 수호이-30MKI는 초저공 비행능력과 기체 장갑 방호, 스텔스 성능 등에서 F-15C를 능가한다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수호이-30MKI의 훈련 참가는 미국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성사됐다. 이 전투기는 인도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21세기 공군 주력기로 채택될 전망이어서 미국은 이번 훈련을 통해 수호이-30MKI의 성능을 파악하려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인도 공군과 국방부에서는 ‘잠재 적국’인 미국에 자국 전투기의 성능을 공개하는 데 반대하는 의견이 많아 내부 격론까지 벌어졌다는 후문이다. 인도는 2001년 러시아로부터 50대의 수호이-30MKI 구매계약을 해 지금까지 28대를 인도받았으며 앞으로 140대를 기술도입 방식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서남아 군사전략 변화=이번 훈련은 서남아시아에서 양국간 전략적 이익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성사됐다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은 경제력과 군사력이 커지고 있는 인도를 끌어들일 필요가 있고 인도도 미국과의 관계를 원활하게 함으로써 국제지위 향상과 주변 안보환경 개선을 노린다는 것.
파키스탄은 이번 훈련이 자국의 핵무기 투하능력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