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율법을 이라크 과도헌법의 토대로 삼으려는 이라크 종교 지도자들의 움직임이 폴 브리머 이라크 미군정 최고행정관의 강한 반대에 부닥쳤다.
브리머 행정관은 16일 카르발라의 여성센터를 방문해 “이슬람교가 이라크 국가종교가 될 수 있고 헌법초안에 영감을 줄 수는 있지만, (헌법의) 핵심적인 토대가 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브리머 행정관은 “이라크 지도자들이 만든 헌법은 내가 서명할 때까지 법이 될 수 없다”며 이슬람 율법을 바탕으로 헌법안을 만들 경우 거부권을 행사할 뜻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앞서 수니파 강경론자로 현재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는 모흐센 압둘 하미드는 “이슬람 율법을 과도헌법의 핵심 토대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성단체들은 이슬람 율법이 과도헌법의 토대가 되면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의 통치 아래에서도 지켜낸 여성의 권리(이혼과 유산상속)를 잃어버릴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슬람 율법은 이혼에 관한 여성들의 권리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으며 유산상속에서도 여성이 남성 유산의 절반만 받을 수 있게 하고 있다. 미 하원의원 45명은 최근 이라크 여성의 권리를 보호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바 있다. 한편 미국은 7월 이라크 과도정부 출범을 위해 간접선거를 치를 계획이지만 다수세력인 시아파는 직접선거를 요구하며 미 정부의 방침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