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가족들이 모여 저녁식사를 하는데 TV에 ‘몸짱 아줌마’가 나왔다. 그는 보통 사람들이 쉽게 따라할 수 없는 자기만의 운동법을 늘어놓으며 온 가족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그런데 한순간 가족의 시선이 약속이나 한 듯이 내게로 쏟아졌다. 화면 속의 주인공과 비교하는, 싸늘한 눈초리였다. 가족을 대표하듯 초등학생인 아들이 “어머니, 저분처럼 운동방법을 바꾸어서 몸짱 되세요”라고 했다. 눈앞에 놓인 음식을 먹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건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에 매달려 내면의 아름다움의 가치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의 사회풍토다. 흔히 나이 사십이면 자기 관상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한다. 이는 사람의 얼굴과 몸이 그가 살아온 연륜과 내적인 성숙도를 함께 표현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얼짱’ ‘몸짱’이 되기 위한 각종 성형수술이 유행하는 게 요즘 세태다. 그러다보니 내적인 아름다움을 자연스럽게 풍기는 얼굴과 몸가짐은 뒷전으로 밀린다. 자칫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마저 ‘얼짱’ ‘몸짱’의 유행에 물들어 겉모양만 중히 여기고, 마음의 양식을 찾는 길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러면서 필자는 매주 한번씩 봉사활동에 함께 참가하고 있는 아줌마들을 떠올렸다. 독거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을 찾아 즐겁게 웃으며 빨래도 해주고 집안 청소도 해주는 내 이웃의 주부들이다. 남이 알아주건 알아주지 않건, 묵묵히 따뜻한 손길을 펼쳐 이웃을 어루만지는 그들이야말로 ‘진짜 짱’이 아닐까.
아낌없이 봉사하며 자신의 내적인 아름다움을 채워가는 그런 ‘마음짱’들이 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주인공들일 것이다. ‘얼짱’ ‘몸짱’을 부러워할 게 아니라 나도 ‘마음짱’이 되면 될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하니, 저절로 미소가 피어난다.
정순희 주부/경남 창원시 가음정동 [독자 발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