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부터 본격화할 ‘쌀 시장 개방 재협상’을 앞두고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개발어젠더(DDA) 협상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DDA는 2001년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4차 WTO 각료회의가 출범시킨 다자간 무역협상. 농산물 및 서비스 시장의 추가 개방 문제 등 포괄적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DDA의 농업협상 결과는 쌀 시장 개방의 가이드라인이 되지만 지난해 9월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WTO 각료회의가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면서 DDA 협상의 윤곽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통상전문가들은 DDA 협상의 지연이 쌀 시장 개방 재협상 과정에서 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특히 쌀 시장 개방 재협상에서 ‘수입물량 확대’와 ‘관세화를 통한 개방’ 등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두 가지 방안 가운데 무엇이 유리할지 판단하기가 어려운 상태다.
올 하반기에 각국과 협상을 통해 쌀 시장 개방의 폭을 정했더라도 정확한 손실은 WTO DDA 협상이 타결돼 농업시장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나왔을 때 비로소 알 수 있다.
한국이 정한 개방 폭보다 가이드라인이 제시하는 개방 폭이 더 작아 손실이 커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작년 칸쿤에서 국내 농민단체 등이 보여줬던 극렬한 반대운동이 오히려 농민에게 피해를 주는 꼴이 됐다는 지적도 있다.
무역협회 무역연구소 정재화(鄭宰和) FTA팀장은 “협상 상대국에 한국 농민이 국제적 통상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국내 농업분야가 취약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로 비춰져 우리나라의 통상력을 떨어뜨리는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쌀 시장 개방 재협상에서 ‘관세화 유예’를 고집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쌀 시장 개방 재협상에서 명분보다는 경제적 실리 차원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선택한다는 게 정부가 내세운 협상의 원칙일 뿐 아직 구체적인 것은 알려지지 않았다.
차지완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