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입소문만으로 스테디셀러가 된 ‘독학국사’를 펴낸 박천욱 교사. -김미옥기자
현직 고등학교 교사가 쓴 교양국사책이 출판계에 소리 소문 없는 돌풍을 불러오고 있다. 서울 광문고 박천욱(朴天郁·43) 교사가 10여년에 걸친 교단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하듯 써내려간 ‘교과서보다 쉬운 독학 국사’(일빛)가 그것.
이 책은 1997년 초판이 나온 뒤 지금까지 15만부 이상 팔린 스테디셀러다. 최근 7차교육과정에 맞춰 낸 개정판의 경우 2주 동안 7000부가 팔리는 등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더 잘 나간다.
놀라운 것은 이 실적이 그동안 단 한번도 광고나 홍보를 하지 않았고 대형서점에서도 학습지 코너가 아닌 인문서적 코너에 자리 잡았을 정도로 세일즈와는 인연이 없는 가운데 올린 것이라는 점. 고교생들의 입소문이 비결이다.
“책에 대한 반응이 피부로 느껴진 것은 첫 출판 3, 4년 뒤였습니다. 먼저 과학고나 외국어고 등에서 알음알음으로 알려지기 시작해 서울 강남권 학교들, 노량진 학원가, 지방 특목고 등의 순으로 독자층이 확산된 듯합니다.”
학생들이 이 책을 찾는 이유는 출판사에 배달되는 독자엽서의 ‘독후감’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수천 장에 이르는 독자엽서는 ‘국사가 쉽게 느껴진다’ ‘설명이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대학에 가서 사학을 전공하고 싶어졌다’는 등의 내용이 주종.
이 책의 출발점은 사실 박 교사의 교안(敎案)이었다. 96년 교직생활 10년의 학습지도 경험 등을 정리하면서 ‘나는 이렇게 가르치겠다’는 내용의 교안을 썼던 것이 이러저런 인연 끝에 이듬해 사회과학 분야의 책을 주로 내 온 일빛출판사와 연결돼 출간되기에 이른 것.
“학생들 덕에 이 책을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현장교사가 학자들보다 경쟁력이 있는 부분은 늘 ‘전달’에 신경을 쓴다는 점이고 그런 점이 독자들에게 재미있게 읽힌 거겠지요.”
그는 18년째 같은 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때로 지루하다고 느낄 법도 하건만 “교사는 학생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운다. 앞으로도 학생들과 함께 성장해 가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고 말하는 모습이 교직을 천직으로 여기는, 그야말로 평범한 선생님이다.
서영아기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