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노동자의 분신자살 사건이 올해 ‘춘투(春鬪)’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난해에 이어 올해 노동계의 최대 쟁점이 ‘비정규직 차별 철폐’라는 점에서 14일 발생한 현대중공업 사내 하청업체의 전 비정규직 노동자 박일수씨(50) 분신자살은 올 춘투가 종전보다 격렬해질 것임을 예고하는 듯 하다.
박씨의 시신이 안치된 병원에서 4일째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는 ‘고(故) 박일수 열사 분신대책위’(위원장 이헌구·민주노총 울산본부장)는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박 열사의 죽음은 현대중공업의 비인간적인 비정규직 차별과 노동탄압이 부른 참극”이라며 “비정규직 차별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투쟁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씨는 유서에서 “현대중공업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로 산다는 것은 인간이길 포기해야 하는 것이며, 현대판 노예로 살아가는 것”이라며 “내 한 몸 불태워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열악한 환경이 착취당하는 구조가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사내 하청 노조 조성웅(35) 위원장은 “원청업체의 정규직과 하청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 차별은 물론 탈의실과 휴게실을 따로 사용하는 등 인간적인 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현대자동차 등 각 단위노조의 올해 임·단협에서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주요 안건으로 채택하는 등 올해 노동운동의 최대 쟁점으로 부각시킨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정작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탁학수)는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분신대책위에 가입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노-노 갈등 양상도 보여 박씨의 분신자살이 전체 노동계의 춘투로 이어질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울산지역 노동계가 동아일보에 분신관련 기사가 없다고 항의가 대단합니다. 노동계의 입장이 반영된 이 기사를 지방판 톱으로 하면 어떨까요.)
울산=정재락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