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다 당하는 것보다 설마하다 뒤통수를 맞았을 때 받는 충격이 더 크다고 했다. 신치용(49) 삼성화재 감독이 바로 이런 경우.
신 감독은 지난 17일 신영철 코치로부터 “LG화재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는 보고를 받고는 선선히 허락했다. LG화재가 아무리 경쟁 팀이지만 시즌이 한창인데 상대팀의 코치를 빼 가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던 것. 또 한전 시절 코치와 선수로 인연을 맺은 뒤 삼성화재까지 17년 동안 한솥밥을 먹고 있는 신코치가 자신을 떠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설마가 현실이 됐다. LG화재가 다음날인 18일 전격적으로 신 코치를 신임 감독으로 임명한 것.
“착잡한 기분입니다. 그동안 함께 고생한 코치가 좋은 기회를 얻은 것은 축하해 줄 일이지만 너무 갑작스러워 당황스럽네요”.
시즌이 한창인 때 벌어진 일이라 신 감독은 더욱 난감한 처지. 당장 22일부터 열리는 대전(5차)투어에서 LG화재와 같은 조로 맞대결을 펼쳐야 하는 신 감독은 경기중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는 ‘사인’부터 서둘러 바꿨다.
또 그동안 팀의 세부 훈련을 맡아왔던 신 코치가 삼성화재의 전략, 전술을 속속들이 꿰차고 있어 남은 투어 기간 동안 활용할 전술도 다시 손봐야 하는 처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격’이라는 표현은 신 감독을 두고하는 말일까.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