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LG아트센터에서 관극모임을 가진 뮤지컬동호회 ‘오마이 뮤지컬’ 회원들. -변영욱기자
“‘오페라의 유령’ 성공 이후 국내에서 수입 대작 뮤지컬이 홍수예요. 우리가 할리우드 영화에만 만족했다면 어떻게 ‘태극기 휘날리며’나 ‘실미도’ 같은 영화를 만들었겠어요. 창작뮤지컬도 그런 작품이 나올 때까지 적극적인 관객운동이 필요합니다.”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 로비에서 만난 뮤지컬 동호회 ‘오 마이 뮤지컬’(오마뮤)의 김도형 클럽장(32·경기 김포시 한누리병원 정신과 전문의)의 말이다. 이날 오마뮤의 회원 60명은 러시아 마임극 ‘스노우 쇼’를 보기 위해 속속 모여들었다.
지난해 2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싸이월드(http://ohmymusical.cyworld.com)에 개설돼 1주년을 맞은 이 동호회의 회원은 2000여명. 25∼35세의 전문직과 회사원들이 대부분이다. 회원들이 지난 1년간 함께 공연을 관람한 횟수는 총 100여회. 일주일에 평균 두 번씩 만나 공연을 본 셈이다.
한 번 관극모임을 소집하면 50∼100명의 회원들이 모인다. 이들의 결집력과 인터넷에 올리는 회원들의 공연평 등으로 인해 이제는 뮤지컬계에서도 동호회의 영향력을 무시하지 못할 정도가 됐다.
이들은 뮤지컬 동호회이지만 ‘대학로 연극’ 지킴이 역할도 톡톡히 해낸다. 대학원생인 홍범천 오마뮤 운영위원(27)은 “처음엔 저도 ‘쇼 뮤지컬’을 좋아했지만 뮤지컬에서도 극적 드라마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그래서 우리 동호회는 뮤지컬을 보는 다양한 시각을 배우기 위해 그 기초가 되는 연극관람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뮤지컬 공연 관람 외에도 한 달에 한 번 대학로의 ‘민들레 영토’ 카페에 모여 뮤지컬 관극법 스터디 모임을 갖고, 홍익대 앞 ‘떼아뜨르 추’ 극장을 빌려 국내에서 상연되지 않은 해외명작 뮤지컬 DVD시사회도 갖는다. DVD시사회지만 마치 실제 공연을 보듯 박수치며 흥겹게 뮤지컬을 즐긴다.
공연 관람 후 이들의 뒤풀이 모임에는 배우나 연출가들이 자연스럽게 참가하기도 한다.
“우리는 특정 배우나 연출자를 좋아하는 팬클럽이라기보다 뮤지컬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공연평을 쓸 때도 배우뿐 아니라 대본, 조명, 무대, 스태프, 극장의 문제점 등을 다양하게 살펴보고 비판하죠. 애정과 대안을 갖춘 비판만이 우리 창작뮤지컬을 살릴 수 있으니까요.”(정명문·30·여·학원강사)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