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정문 앞에 서면 중세 유럽 속으로 들어온 느낌을 받는다. 정문 너머로 하늘과 맞닿아 펼쳐져 있는 고딕양식의 석조건축물들. 그 앞으로 2002년 새로 조성된 중앙광장이 보는 이의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석조 고딕건축의 보고(寶庫)=고려대의 석조건축물은 그 자체로 소중한 문화재다. 가장 돋보이는 것은 1934년 준공된 고딕양식의 6층짜리 본관. 웅장함과 아름다움은 물론이고 늦겨울의 고즈넉한 주변 분위기까지 매력적이다.
정문과 후문의 문설주에 각각 장식된 호랑이 머리 조각 한 쌍과 무궁화 조각 한 쌍도 이채롭다. 본관은 빼어난 건축 양식과 역사적인 가치 때문에 사적 285호로 지정돼 있다. 본관 오른쪽의 중앙도서관 역시 사적 286호.
인문관으로 쓰이는 서관은 1955년 준공된 고딕 석조건물로 시계탑이 눈길을 끈다. 정오가 되면 이 시계탑에서 ‘새야 새야 파랑새야’ 음악이 울려 퍼진다. 학생들 사이에서 “이 음악을 듣지 못하면 점심 생각도 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고려대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중앙광장과 박물관=본관 앞 대운동장을 없애고 조성한 중앙광장도 고려대의 명물. 차량은 광장 지하로 들어가도록 해 차 없는 캠퍼스를 실현했다. 지하 1층에 조성된 각종 편의시설과 첨단 도서관을 구경하는 것도 흥미롭다.
1934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대학 박물관인 고대박물관도 빼놓을 수 없다. 국보 보물 등 10만여점의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고 특히 겸재 정선과 단원 김홍도의 그림 등 회화작품은 국내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지금은 신축이전 준비 때문에 민속 관련 유물만 전시해 아쉬움이 남는다. 방학 때는 토 일요일 휴관. 02-3290-1512
▽홍릉터 일대 역사의 흔적=인근 청량리2동의 홍릉(洪陵)수목원에 가면 “서울에도 이런 곳이…” 하고 놀라게 된다. 1922년 개장한 국내 최초의 수목원으로 20여만 그루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수목원엔 원래 명성황후 무덤인 홍릉이 있었다. 명성황후는 1897년 이곳에 묻혔다가 1919년 고종이 승하하자 경기 남양주시로 이장됐다. 홍릉터 바로 옆엔 고종이 명성황후의 무덤을 찾았을 때 즐겨 이용했던 우물(어정·御井)이 남아 있다.
홍릉터를 뒤로하고 수목원의 정점에 오르면 조경수원이 나온다. 탁 트인 전망과 함께 코끝에 스치는 찬바람이 세파에 찌든 머리를 맑게 해 주는 것 같다.
나무에 관한 모든 것을 전시한 수목원 산림과학관도 빼놓을 수 없다. 월요일 휴관. 02-961-2871∼4
수목원 앞의 영휘원(永徽園)과 세종대왕기념관도 들러볼 만하다. 영휘원은 고종의 후궁이었던 엄귀비(嚴貴妃)의 무덤. 세종대왕기념관에선 세종대왕의 생애와 함께 해시계 물시계 측우기 등 세종대왕 관련 문화재를 만날 수 있다. 청계천 수표교 옆에 있었던 수표(水標·물의 높이를 재는 기기) 실물도 여기에 있다. 영휘원 02-962-0556, 세종대왕기념관 02-969-8851. 모두 월요일 휴관.
명성이 자자한 영휘원 앞 홍릉갈비집도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 제격이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