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랑이 거세도 닻을 튼튼하게 내리면 배가 난파하지 않는 법. 18일 열린 월드컵 예선 레바논전에서 골키퍼 이운재(31·수원 삼성·사진)가 쿠엘류호의 닻과 같은 역할을 했다.
한국은 전반 31분 김태영이 문전으로 쇄도하던 샤우드를 잡아 쓰러뜨리는 바람에 페널티킥을 허용하며 위기를 맞았다. 선제골로 연결될 경우 레바논이 ‘자물쇠 작전’으로 나갈 것이 분명해 고전이 예상되는 상황.
하지만 ‘거미손’ 이운재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몸을 날려 골대 오른쪽 모서리로 날아온 볼을 쳐낸 것. 이 기막힌 선방이 한국 선수들의 기를 살렸고 1분 뒤 차두리의 결승골이 터졌다.
이운재는 2002월드컵 스페인과의 8강전 승부차기에서도 호아킨의 벼락슛을 막아내 한국을 4강으로 이끈 일등공신. 그는 14일 오만과의 평가전 때 벤치를 지켜 ‘한물간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지만 이날 활약으로 ‘이운재 시대’가 끝나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2002월드컵 당시 야신상 후보로까지 거론됐던 이운재는 A매치 55경기에서 53골만 허용(경기당 0.96골)하며 0점대 방어율을 기록 중.
수원=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