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3월 중순 모기지(Mortgage) 제도를 도입한다. 아울러 “역(逆)모기지제도 활성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모기지제도란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려 집을 장만한 뒤 10∼20년 동안 원금과 이자를 다달이 갚아 나가는 제도다. 역모기지제도에선 거꾸로다. 집을 담보로 맡기고 10∼20년에 걸쳐 금융회사로부터 매월 생활비를 받고 나중에 주택 소유권을 금융회사로 넘겨준다.
모기지제도는 미처 도입도 되기 전에 ‘과연 정착이 되겠느냐’는 회의론에 시달리고 있다. 역모기지 상품은 1995년 국민은행이 처음 내놓은 이후 신한 조흥은행과 삼성 SK생명 등이 잇따라 선보였으나 철저히 외면받았다.
“걸림돌은 둘 다 집에 대한 마인드”라는 게 업계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역모기지 도입의 실패는 무엇보다 계약기간이 끝나고 옮겨 가 살 수 있는 값싼 임대주택이나 사회복지시설이 부족한 탓이다. 하지만 집은 ‘세상에 살다간 흔적’이자 ‘자식에게 물려줄 유산(遺産)’이라는 완고한 생각도 작지 않은 걸림돌이다. 재무설계사들은 “자식들의 부모공양 의식이 흐려진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집을 ‘노후생활의 밑천으로 써야 할 실물(實物) 저축 수단’으로 보는 게 요즘의 현실에 맞는 생각”이라고 말한다.
모기지제도는 집이 ‘수년 만에 엄청난 시세차익을 안겨주는 투자수단’이라는 마인드가 변해야 정착하기 쉽다. ‘집은 그날그날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곳이며 이에 대해 다달이 대가를 지불하는 건 당연하다’는 쪽으로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30%의 밑천만으로 내 집을 마련’하는 기쁨보다 10∼20년 동안 다달이 100만원 안팎을 갚아 나가야 하는, 즉 그 만큼 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고통이 더 클 수도 있다.
아직은 집을 ‘재산’이나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보는 이가 ‘조금씩 돈을 모아 사들이고 다시 조금씩 은행에 팔아넘기는 거처’, 즉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떠나는 곳’으로 보는 사람보다 더 많은 것 같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