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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한나라당 새 리더의 조건은

입력 | 2004-02-19 18:26:00


한나라당 내분이 최병렬 대표 퇴진 요구파와 반대파의 격론 속에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최악의 경우 당의 혁신을 바라는 국민의 기대와 달리 주도권 다툼으로 변질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겪는 진통이라면 피할 수 없는 과정이기도 하다. 공천심사위원인 작가 이문열씨도 어제 기자회견에서 “이제는 바닥을 쳤으니 회생의 전기(轉機)를 잡을 때”라고 했다.

한나라당에 대한 이 같은 기대는 지지나 호오(好惡)와는 별개의 문제다. 제1당으로서 보수를 대변한다는 정당이 ‘변화 불감증’에 걸려 침몰한다면 국민의 정치적 선택의 폭은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나라 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

집권세력이 설정한 국가운영의 방향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국민, 독선과 실정(失政)에 실망한 국민이 있다면 언제든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수권정당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정당정치의 근간이다.

총선이 50여일밖에 안 남았지만 원내 과반의석의 한나라당 지지율은 모든 여론조사에서 2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극심한 정치혐오증 속에서 전통적 지지 세력인 보수층이 이탈했다는 증거라고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유권자의 50%는 여전히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하지만 한나라당이 달라지지 않고서는 결코 이들의 마음을 잡을 수 없을 것이다.

진퇴 문제를 놓고 장고(長考)에 들어간 최 대표가 어떤 답을 내놓을지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어떤 경우에도 도덕적으로 깨끗하고, 합리적이며 개혁적인 보수를 실천할 수 있는 인물이 당을 맡아 끌고 가야 한다는 점이다. 부패했거나, 지역주의에 기대거나, 극단적인 수구 냉전논리에 매몰된 인물로는 미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