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4월 20일 이전에 ‘한국 쌀 시장 개방 재협상’을 시작하자는 요구를 한국 정부에 해올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올해 상반기 안에 미국과의 쌀 재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주한 미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19일 서울 용산구 남영동 대사관 공보과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쌀 시장 개방과 관련해) 한국 내에 매우 강한 의견과 우려가 있는 것을 알지만 한국이 최대한 개방적 입장을 취하기를 기대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관계자는 “미 정부는 지금보다 더 많이 시장에 접근하기를 원하고 한국시장에서 자체 ‘라벨’을 붙이고 판매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할 경우 중국과 태국 등 한국 쌀 시장에 관심을 기울이는 다른 국가도 연쇄적으로 협상 요구에 나서는 등 쌀 시장 개방에 대한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외교통상부는 지난달 20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국에 쌀 재협상 개시 의사를 통보하면서 3개월 안에 협상 대상국을 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미 정부 당국자가 국내 언론에 재협상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정에서 10년간 시장 개방을 미루는 ‘쌀 관세화 유예’ 조치를 받아 10년째인 올해 안에 WTO 회원국과 협상을 벌여 개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 관계자는 또 한미투자협정(BIT) 체결이 지연되는 것은 스크린쿼터 때문이며 한국 정부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진전 가능성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영화 ‘실미도’의 관객이 1000만명을 돌파하고 한국영화가 베를린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것을 계기로 영화산업 관계자들이 스크린쿼터 없이 잘 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길 바란다”며 “실미도처럼 전체 인구의 20%가량이 본 영화가 미국에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25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한미통상협의회에서 △무선인터넷 플랫폼인 ‘위피(WIPI)’의 표준화 논란 △제지업계에 지원되는 보조금 △미국 자동차에 부과되는 관세와 세금 문제 등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쌀 재협상과 미국 쇠고기 금수(禁輸)조치 해제 문제는 논의 대상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차지완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