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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8월의 저편 505…아메아메 후레후레 (4)

입력 | 2004-02-19 19:35:00


나무와 집과 길 위로 8월의 아름다운 빛이 쨍쨍 내리쬐고 있다. 태양은 정오의 위치에서 약간 서쪽으로 기울었고, 새파란 하늘도 무더위도 기분 탓인가 한풀 기세가 꺾인 듯하다. 소달구지가 길을 건너려다 갑자기 멈춰 섰다. 아이스케-키! 아이스케-키! 챙이 넓은 밀짚모자를 쓰고 목에 철가방을 멘 소년이 트럭 바로 옆을 지나가고, 좁은 골목길에서 세 살 남짓한 남자아이가 녹슨 세발자전거를 타고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끼익 끼익 하는 소리가 들렸을 때, 소는 길을 건너갔다. 급발진의 충격으로 서로의 몸이 이리저리 부딪치고, 재갈을 물린 서른 개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고통 없는 몸은 하나도 없었다. 너무 얻어맞아 시퍼렇게 부어오른 눈두덩, 이가 뽑혀 나가 피투성이가 된 입, 잘려 나가 구멍만 뚫려 있는 귀, 뒤틀린 팔과 다리, 손톱 없는 손가락, 할 수만 있다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고 소리 높이 외쳐, 어떤 인상을 남기고 동정을 자아내 우리가 몇 월 며칠 몇 시에 어느 방향으로 끌려갔는지 전하고 싶었다. 귀로 들어온 말은 반드시 입으로 나간다, 입에서 귀로, 입에서 귀로, 어쩌면 아버지와 어머니, 남동생과 여동생, 아내와 아이 그리고 친구들의 귀에 몇 월 며칠 몇 시까지는 살아 있었다는 소식이 전해져 만에 하나의 확률일지도 모르겠지만, 우리의 시신을 찾아 고향 산천에 묻어 줄지도 모른다. 두 엄지손가락은 철사줄에 꽁꽁 묶여 있고, 입은 새끼줄로 동여 있지만, 눈가리개는 하지 않았다. 눈이 있지 않은가, 귀가 잘려 나간 청년이 이가 부러진 청년의 눈을 들여다보자,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듯 이 없는 얼굴에 천천히 미소가 번졌다.

교대로 운전하고 있는 사찰계 꺽다리가 오줌이 마려운지 운전석에서 뛰어내려 다방으로 후다닥 들어갔다. 바람이 잔 탓에 짐칸에서는 우리가 싸지른 똥오줌 냄새가 코를 찌르는데, 손가락으로 코를 틀어막을 수도 없고 입으로는 숨도 쉴 수 없는 우리는 그저 코를 벌렁벌렁거리는 수밖에 없었다. 길 건너에서 귀뚜라미처럼 굽은 등에 커다란 보따리를 짊어진 할머니가 한 걸음 한 걸음 땅을 휘젓듯 지팡이질을 하면서 다가왔다. 예순 개의 눈동자가 일제히 그 흙빛 얼굴에 쏠렸다.

글 유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