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나 재난은 남의 일이겠지하는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고 봅니다.”
지난해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를 계기로 추진돼 지난주 정식으로 설립된 경일대 소방방재IT(정보통신)연구소 조홍래(趙洪來·55) 소장은 ‘시민들의 안전의식’을 특히 강조했다.
이 소장은 앞으로 전문가를 영입해 소방과 재난분야 연구에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다.
조 소장은 행정자치부 소방국 전산정보담당관으로 근무하던 지난해 2월 대구지하철 참사를 수습하면서 정보통신을 활용한 방재연구소를 구상했다. 복잡한 도시생활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정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마침 경일대에서 이 분야의 연구소 개소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참여하게 됐습니다. 최근 방재분야에서도 지리정보시스템(GIS)과 컴퓨터를 활용해 신속하게 사고현장을 파악하는 등 정보통신기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지난달 행정자치부를 퇴직한 그는 이 연구소에서 과학적인 재난 대비 토대를 튼튼하게 구축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재난현장을 영상을 통해 멀리서도 지휘하는 시스템을 확보하고 가상현실을 이용해 생생한 안전교육을 할 수 있는 교육체계도 갖출 예정이다.
방재 전문 인력을 키우기 위해 소방방재정보전공을 올해 안으로 이 대학에 설치할 계획이다.
“26년 동안 여러 가지 재난현장과 마주하면서 절실히 느낀 것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안전불감증입니다. 재난은 일단 발생해버리면 생명과 재산을 되돌릴 수 없는 경우가 너무 많잖아요. 담배꽁초를 아무렇게나 버려 대형 화재가 나는 경우도 많고…. 이런 게 모두 ‘기본’을 무시하는 오만에서 나오는 것 아닐까요.”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소방연구 전문 국가기관이 없는 나라는 한국뿐”이라며 “정부부터 재난에 대한 치밀한 준비와 대처시스템이 부족한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경남 함안 출신인 조 소장은 경찰관(순경)을 하다가 “소방대가 더 어울린다”는 주위의 권유를 듣고 1977년 소방간부 1기로 소방과 인연을 맺었다. 동마산소방서장, 부산시 소방본부 구조구급과장, 중앙소방학교 교학과장 등을 역임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