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혁명 25년을 맞은 이란이 20일(현지시간) 제7대 의회 의원 290명을 새로 뽑는 총선을 실시했다.
이번 선거는 보수파가 장악하고 있는 혁명수호위원회가 상당수 개혁파 인사의 출마자격을 박탈해 선거결과는 보수파의 압승이 확실시된다.
혁명수호위원회의 의도대로 보수파가 의회를 장악하더라도 개혁파가 이를 인정하지 않을 태세여서 이번 총선은 보·혁(保革)세력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보수파 4년만에 다시 권력 장악=이란 보수파는 1979년 이슬람혁명 후 처음으로 2000년 총선에서 참패했다. 이번에 승리하면 4년만에 다시 권력을 손에 넣는 것.
2000년 총선당시 개혁파는 의회 290석 가운데 210석을 차지했다. 보수파가 당시 얻은 의석수는 겨우 54석.
보수파가 다시 의회를 장악함에 따라 내년 중반에 연임(連任) 임기가 끝나는 하타미 대통령(개혁파로 분류)의 권력기반도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헌법상 의회는 대통령과 정부 각료를 탄핵할 수 있어 보수파가 장악한 의회는 사사건건 하타미 정부를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혁명수호위원회는 현역의원 80여명을 포함해 2500여명의 개혁파 인사들을 출마하지 못하도록 금지시켰다.
하타미 대통령의 동생이 이끄는 최대 개혁정당인 '이란이슬람참여전선'이 일찌감치 선거 불참을 선언한데 이어 다른 개혁정당들이 보이콧에 가세했다.
이로써 개혁파의 급격한 몰락 속에 이란 의회는 군(軍), 사법부와 함께 보수파의 수중으로 다시 들어가게 됐다.
▽이란 어디로 가나=2000년 선거에서 다수파가 된 개혁파는 다양한 개혁입법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최종 입법 의결권을 쥐고 있는 혁명수호위원회의 반대에 부닥쳤다.
개혁파의 발을 묶은 상태에서 치러진 이번 총선에서 보수파가 압승했지만 개혁파는 장외투쟁을 통해 선거불복 투쟁을 전개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마주보며 달리는 열차'와 마찬가지로 개혁파와 보수파의 사생결단식 투쟁은 불가피 할 것으로 서방 언론들은 내다보고 있다.
총선전 개혁파는 보수파의 강압조치와 선거 강행을 '의회 쿠데타'로 규정하고 4600만 유권자들에게 선거 불참을 호소했다.
이란 사법부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를 비판한 개혁파 의원들의 성명을 보도한 이란 일간지 2곳에 대해 정간명령을 내리자 개혁파들의 반발은 최고조에 달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란 보수파는 의회를 비롯한 모든 권력을 손에 넣는 순간부터 이를 후회하게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선거에서 개혁파가 몰락할 경우 변화와 개혁에 목말라 하는 이란국민들과 집권세력간의 완충지대가 사라지고 이는 '국민적 저항'을 불러 올수 있다는 얘기다.
이란 개혁파는 바로 여기에서 재건(再建)전략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보수파나 개혁파 모두 투표율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투표율에 따라 개혁파와 보수파의 희비가 엇갈리기 때문.
67.2%의 높은 투표율 속에 개혁파가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했던 4년 전 총선과는 달리, 이번 총선은 어느 때보다 낮은 투표율을 보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투표율이 30~40%에 머물면 현 체제의 정통성 시비는 물론 하타미 대통령의 퇴진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현지 언론은 분석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