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처럼 성공하라/육동인 지음/242쪽 1만원 아카넷
카자흐스탄에 간 적이 있다. 여러 민족이 살고 있는 거기서도 유대인과 ‘고려인’의 교육열은 유별나다고 들었다. 인구 비율로 따져 박사가 두드러지게 많다고 한다.
흔히 유대인과 한국인은 비슷한 특성이 많다고 얘기한다. 교육열이나 부지런함, 고난의 역사를 이긴 열정…. 다른 점은 뭘까? 한마디로 말해 영향력 차이다. 유대인은 막강하다.
이 책을 읽으면 그 차이를 금방 알 수 있다. 저자는 유대인의 힘을 ‘0.25%=25%’로 요약했다. 이스라엘 안팎의 유대인 인구가 약 1500만명이어서 60억명의 전체 인류 가운데 0.25%를 차지한다. 그런데 노벨상 수상자의 무려 25%가 유대인…. 그러니 이런 등식이 나온다. ‘일당백(1=100)’이란 말이 허황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유대인을 보자. 예수, 콜럼버스, 마르크스, 프로이트, 아인슈타인…. 세계사를 주름잡은 인물들 아닌가.
요즘 활약하는 유대인 저명인사들은 누구인가. 입만 벙긋해도 세계 경제계가 귀를 쫑긋 세우는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세계 금융계의 ‘큰손’ 조지 소로스….
각계를 이끌어 가는 유대인 명사들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많다. 특히 눈에 띄는 분야가 학술계, 금융계, 언론계, 문화예술계다. 돈, 두뇌, 창의성 등의 키워드가 연상되지 않는가. 그들의 파워가 얼마나 센지 짐작할 수 있지 않는가.
미국 뉴욕에 3년간 머문 이 책의 저자는 뉴욕의 유대인들을 유심히 관찰한 결과를 이 책에 담았다. 월가(街)에서 일하는 평균적인 유대인은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한국 돈으로 따져 1억원 정도를 갖고 출발한다. 13세 생일에 성인식을 갖는데 하객들이 200달러쯤을 축하금으로 준다. 200여명이 모이면 약 4만달러. 잔치비용을 빼곤 그 아이 이름으로 예금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할 무렵이면 그 돈은 갑절로 불어나 있다고 한다. 그들은 “돈은 버는 게 아니라 불리는 것”이라며 금융투자 실전에 나선다.
오늘날 유대인을 모르고는 세계 흐름을 파악할 수 없다. 비즈니스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로스차일드 가문을 젖혀 놓고 금융을 논할 수 있겠는가. 메이시스 백화점을 키운 스트라우스 가문을 빼놓고 유통업에 대해 얘기할 수 있을까.
이 책뿐 아니라 2002년 출판된 ‘제2의 가나안, 유태인의 미국’(박재선 지음·해누리기획 간)도 유대인을 이해하는 데 좋은 길라잡이 역할을 한다.
거래 상대방이 유대인이라면 대응책을 잘 세워야 한다. 한국 기업들은 이런 점에 너무도 무지한 편이다. 한국식으로 술 접대, 골프 접대로 접근하다 실패하는 사례가 수두룩하다. 유대인 바이어 앞에서 바그너 음악을 찬양했다간 퇴짜 맞기 십상이다. 한국의 비즈니스맨도 이젠 인문학적 소양이 없어서는 큰 거래를 성사시키기 어렵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영어가 달려서가 아니라 교양이 모자라서 그들과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 된다는 사실을 알기나 하는가.
한국이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려면 유대인에 대해 잘 알고 그들의 경쟁력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고승철 편집국 부국장 che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