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시대부터 지식정보시대까지 경영혁명의 선지자로 군림하고 있는 피터 드러커. 그의 통찰은 21세기에 건설된 현대식 초고층 건물 너머의 미래까지 꿰뚫고 있다. 드러커는 “불확실성을 기꺼이 감당하고 즐길 수 없다면 21세기의 기업가가 되기를 포기하라”고 말한다.동아일보 자료사진
◇한 권으로 읽는 드러커 100년의 철학/피터 드러커 지음 남상진 옮김/274쪽 1만5000원 청림출판
‘현대 경영학의 발명자’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스스로를 ‘보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낮추어 말하지만 이제는 예지자의 반열에 올라선 느낌이다. 올해로 95세가 된 이 노학자는 지금까지 30여권의 저서를 통해 시대를 앞지르는 경영철학과 미래에 대한 통찰을 제시했다. 이 책은 그런 예지자의 ‘명문(名文)집’이다. 드러커 자신이 평생 천착해 온 문제를 4개의 주제로 나눈 뒤 주제별로 자신의 저서 23권 중 핵심적 문장 7000여개를 고르고 이를 다시 200여개로 추려냈다.
드러커는 자신의 사상을 크게 개인(indivi-dual), 경영(management), 변화(change), 사회(society) 등 네 개의 범주로 나눈다. 그의 사유가 서구적 개인주의 전통에서 공동체로 확대돼 가는 한편 그 보편적 사상의 징검다리를 기업경영에서 발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번역판에서는 이를 일, 경영, 변혁, 역사로 의역했다.
피터 드러커
‘개인’에서는 20세기와 21세기를 대비해 바라본다. 20세기의 최대 사건은 대량생산이고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개인이 아니라 이를 조직화하는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21세기는 지식이 생산수단이 되는 사회이며 이 때문에 개개의 인간이 변화의 주인공이자 부의 창조자다. 그 주인공 중에서도 주역이라 할 기업가의 자질에 대한 그의 성찰이 눈길을 끈다.
“확실성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기업가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 사람은 정치가, 군 장교, 외항선의 선장처럼 모든 사항에 대해 의사결정이 필요한 일에는 적합하지 않다. 의사결정의 본질은 불확실성에 있다.”
‘경영’에서는 핵심 역량, 마케팅, 생산성, 의사 결정, 목표 관리, 인력 관리 등 경영학 전반을 아우른다. 그의 학문적 토대라는 점에서 가장 탄탄한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인사에 대한 부분은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도 질리지 않는다.
“인사에 관련된 결정은 매니지먼트가 얼마나 유능한가,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는가, 얼마나 진지한가를 드러낸다. 인사는 아무리 숨기려 해도 알려진다.”
‘변화’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라는 점에서 이 책의 하이라이트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그의 사상은 화산처럼 타오르기보다는 빙산처럼 냉엄하다.
“아이디어를 혁신의 기회로 삼는 것은 매우 위험하며 성공할 확률이 가장 낮다. 이런 종류의 혁신에 의한 특허 가운데 개발비나 특허 관련 비용에 상응할 만큼 이익을 내는 곳은 100분의 1도 안 된다.”
‘사회’야말로 그의 예지자적 풍모가 여실히 드러나는 장이다. 그는 여기서 역사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미래를 노래한다. 하지만 그 미래는 이미 우리의 현재가 되고 있다.
“어제의 슬로건, 약속, 문제의식이 여전히 대중적인 담론의 주제가 되어 시야를 좁게 만들고 있다. 이들이 오늘의 문제 해결을 가로막는 최대의 장애물이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