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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美MD 뚫을 새미사일 개발”

입력 | 2004-02-20 18:54:00


《막강한 미국의 방패를 뚫을 러시아의 창이 등장할까. 러시아는 19일 미국이 추진 중인 미사일방어(MD)체제를 뚫을 획기적인 신형 미사일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미국의 MD 구축에 반대한 러시아가 이제는 ‘MD 공략’이라는 공격적 카드를 내놓은 것. 미국과의 군비 경쟁에서 열세에 몰려 있는 러시아가 이 신형 미사일을 통해 극적인 반전을 노릴 경우 미국의 대응도 관심이다. 냉전 이후 잠잠해진 신무기 개발 경쟁도 다시 촉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러시아가 개발하겠다는 ‘창’(신형 미사일)은 아직 베일에 가려 있다.

유리 발루예프스키 러시아군 총참모부 제1차장은 “18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북부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새로운 미사일의 원형 기술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음속의 5배 이상으로 비행하는 이 미사일은 고도와 비행 방향을 자유자재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기술로 인해 신형 미사일은 어떤 MD도 돌파할 수 있다는 것.

현재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궤도가 일정해 예측과 요격이 가능하다. 러시아는 신형 미사일을 2010년까지 실전 배치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러시아측은 “우리의 능력을 보여준 것이지 당장 내일 신형 미사일을 만들 의사는 없다”며 “이번 실험이 미국에 ‘MD를 구축하지 말라’는 경고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미사일이 등장하면 2006년 배치 예정인 미국의 MD는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러시아의 발표대로 이 미사일이 그렇게 위력적일지는 의문. 영국의 군사전문가인 앤드로 던컨은 “미국의 MD가 어떤 수준이 될지도 확실치 않다. 따라서 이를 돌파할 수 있는 미사일이 있다고 발표하는 것은 어리석다”며 회의적인 의견을 내놨다.

러시아가 갑작스레 신형 미사일 개발 계획을 발표한 배경도 의심스럽다.

러시아는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참관한 가운데 열린 ‘안보 2004 훈련’에서 북해함대의 핵잠수함이 미사일 발사에 실패하는 망신을 당했다. 따라서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국과 맞서는 군사대국의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푸틴 대통령의 의도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