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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교양 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세계역사이야기'

입력 | 2004-02-22 17:25:00


◇교양 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세계역사이야기 1- 고대편/수잔 와이즈 바우어 글 정병수 그림 이계정 옮김/440쪽 1만6000원 꼬마이실(초등 4년 이상)

수잔 와이즈 바우어는 미국의 교육자다. 그는 어려서 집에서 교육을 받았으며 지금도 남편과 함께 집에서 4명의 자녀를 가르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홈스쿨링 책의 모범이 된 ‘잘 훈련된 정신(The Well-Trained Mind:A Guide to Classical education at Home)’을 쓰기도 했다.

바우어는 집에서 자녀들을 앉혀놓고 얘기하듯 옛날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래서 이 책은 역사책이 아니라 옛날이야기책이다. 그는 옛날 이야깃거리로 ‘세계’를 택했고, 책 제목도 ‘세계의 이야기(The Story of the World)’이다.

‘약 7000년 전 일곱살 된 유목민 타락은 가족과 함께 살고 있었다…그녀가 할 일이라고는 깔고 잔 동물가죽을 걷어서 엄마에게 갖다 주는 일뿐이었다. 타락의 엄마는 훌륭한 요리사였다. 고기조각들이 뼈에서 떨어져 나올 때까지 물에 푹 끓인 다음….’

초기 유목민의 생활을 전해 주기 위해 ‘타락’이라는 소녀가 등장한다. 그것도 메소포타미아의 ‘비옥한 초승달’이란 구체적 무대가 제시된다. 역사적 사실과 상상력이 결합되면 역사교과서의 죽은 활자들이 살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일깨우는 대목이다. 아이들은 책을 읽으며 타락이란 소녀에게 자신을 대입시켜 까마득한 옛날의 삶을 체험하게 된다.

이 책이 담고 있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나 사건뿐만이 아니다. 이집트 신화 중 하나인 ‘오시리스 신화’가 나오고 미라를 만드는 방법이 실감나게 소개된다. 바빌로니아 사람과 아시리아 사람의 전설인 ‘길가메시 이야기’와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린 인도의 고대도시 모헨조다로의 수수께끼는 언제 들어도 재미있다.

서양에 ‘타락’이 있다면 동양에는 일곱살 난 ‘친’이란 소년이 있다. 친은 중국 고대시대 벼농사를 짓는 아버지와 어머니, 할아버지와 어린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었다. 친은 아버지가 논에 볍씨를 뿌리는 동안 논에 있는 돌멩이를 골라낸다(당시 농사방법이 이앙법이 아니라 직파법이었다는 것을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설명한다). 이같이 바우어는 역사적 사건의 이름이나 용어를 아예 생략하고 이야기만 전달하기도 한다. 연대 역시 뒤의 연대표에 따로 넣고 본문 중에서는 거의 뺐다. 그러나 아무래도 440쪽이나 되는 책은 아이들에게 독서력을 요구한다.

그래서 아이가 지루해할 만하면 바우어는 지도를 펴라고 요구한다. ‘이 지역의 지도를 펴고 두 강 사이에 정확히 손가락을 올려놓은 뒤 오른쪽으로 이동해 봐…이번에는 비옥한 초승달 지역에 손가락을 올려놓고 왼쪽으로 이동해 봐.’

아이들이 역사이야기를 읽을 때 버거워하는 것은 다음 사건에 너무 연연하기 때문은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아이가 좋아하는 역사적 사건이나 신화 전설 민담을 골라 읽도록 하는 것도 역사에 대한 흥미를 빼앗지 않는 길일 것 같다. 아이가 흥미를 갖고 여기저기 반복해 읽다 보면 뚝뚝 따로 노는 역사가 아니라 한 줄기로 쭉 이어진 역사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지 모른다.

이 시리즈는 고대 중세 근대 현대의 4권으로 이루어져 있고 1권 고대편은 유목민의 생활부터 로마제국의 멸망까지 다루고 있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