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스타강사 EBS서 만난다…수험생 "무료로 본다니" 환영

입력 | 2004-02-22 18:14:00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EBS 대학수학능력시험 강의에 서울 강남 학원가의 ‘스타강사’들이 대거 참여할 예정이어서 수험생과 학부모들 사이에 큰 관심을 끌고 있다.특히 이들은 해당 분야에서 오랫동안 명강의로 실력을 검증받은 ‘최고수’들이어서 수험생들을 설레게 하는 반면, 학원가에서는 충격과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누가 출강하나=지금까지 출강 의사를 밝힌 유명강사는 △언어영역의 이석록씨(46) △수리영역의 박승동씨(43) △사회탐구영역의 최강(본명 최영규·40)씨 △과학탐구영역의 이범씨(34) 등 4명.

이석록씨는 서울 화곡고에서 국어교사로 근무하다가 최근 강남 대성학원으로 자리를 옮겨 화제가 된 인물. 1997년부터 최근까지 EBS에서 언어영역을 가르쳐 왔다. 인터넷 입시학원인 M사이트의 이만기씨와 언어영역에서 쌍벽을 이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두 사람이 수능 출제 지문을 정확히 예측해 화제가 됐다.

박승동씨 역시 서울과학고 등에서 가르치던 전직 교사. EBS에서 수학을 강의한 경험이 있으며 1996년에 강남 대성학원으로 옮겼다. 과학고 재직 시절 국제 수학올림피아드 출전 학생들을 특별지도하기도 했다. 문제 풀이보다는 수학의 원리를 중심으로 한 명강의로 학원가에서 명성이 자자하다. 동료 수학강사들도 인정할 정도로 실력이 출중하다는 평가다.

최강씨는 서울대 정치학과 출신으로 1996년부터 강남에서 사회 및 과학탐구 전문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고시 준비를 하면서 쌓은 법학 경제학 국사 국민윤리 등 사회탐구 관련 과목에 대한 실력을 바탕으로 강의의 질이 우수하다는 평가다. 매년 수능시험에 응시해 현장 경험을 쌓을 정도로 열의가 높다.

이범씨는 인터넷 입시학원인 메가스터디에서 지난해 10월까지 과학탐구를 강의하다가 최근 출판업에 뛰어들었다. 서울대에서 박사 과정(과학사 및 과학철학)을 수료한 뒤 강남 학원가에 진출해 1998년부터 대치동에서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다. 메가스터디 창립 멤버 가운데 한 명.

▽강의 신뢰도 높아질 듯=이들은 EBS에 이력서를 제출했으며, 인터뷰 등을 거쳐 정식 계약서를 체결할 예정. EBS는 학원 강사에게 상·하위권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넷 강의만을 맡길 계획이다. 따라서 이들 유명강사의 강의를 TV로는 볼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들이 EBS 강의에 참여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번 사교육 대책의 성공에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강남의 한 대형학원 관계자는 “이들은 오랫동안 명강의로 학생들에게 인정을 받아왔기 때문에 학생들의 EBS 수능 강의 참여도가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수험생 환영, 학원가 긴장=학부모와 학생들은 스타강사의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게 됐다며 반색하고 있다.

고2 아들을 둔 학부모 박모씨(46)는 “돈을 내고라도 강의를 들어야 할 판에 무료로 제공한다니 반갑다”며 “인터넷에서 직접 내려받아 아들에게 보여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학원가에서는 사교육의 대표격인 유명강사들이 강의에 참여키로 한 사실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강남지역의 학원관계자들은 최근 대책회의를 열고 “EBS 강의에 출연하는 학원강사들은 학원계의 공적”이라고 성토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상주 한국학원총연합회장은 20일 “EBS 출강 강사는 학원에서 받아주지 않도록 권고할 계획”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강씨는 “많은 학생들에게 좋은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정당성과 교육복지의 일익을 담당한다는 명분에 공감해 참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