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대선에선 현직 대통령인 조지 부시 대통령에 대한 찬반과 호오가 역대 대선 사상 유례없이 극단적으로 표출되고 있을 뿐 아니라 시간이 갈수록 양극화되고 있어 이같은 현상이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특히 부시 대통령에 대한 민주당 지지자들의 태도는 그냥 싫어하거나 반대하는 정도가 아니라 "부시를 이길 수만 있다면 개한테라도 투표하겠다"는 말을 할 정도로 혐오하고 증오하는 수준이다.
라스베가스에 있는 네바다대 정치학과의 테드 젤런 교수는 "정말, 정말 부시 대통령을 증오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이같은 현상은 전례없는 일"이라고 말하는 등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부시 대통령을 둘러싼 공화당과 민주당원간 정치적 양극화 수준이 지난 98년 9월 정점을 이룬 빌 클린턴 대통령 탄핵 논란 때보다 더 심한 상태라고 진단하고 있다.
공화당 여론조사전문가인 프랭크 런츠는 "부시 대통령에 대한 육두문자는 예사"라며 "민주당이 이처럼 단결하고 집중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 선거대책위의 테리 홀트 대변인은 이같은 '반(反) 부시 현상에 대해 민주당 대선주자들이 부채질한 것으로 핵심 열성 당원들에 국한된 것이며, 부시대통령의 성공에 따른 민주당측의 좌절감의 반영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보수주의자이고, 기독교도이며, 텍사스 출신이라는 사실 자체가 이미 자유주의자들과 문화적으로 상충한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지난 2000년 대선 때 부시 대통령이 일반국민 투표에선 졌으면서도 연방대법원의 재검표 중단 결정에 따라 선거인단 선거에서 이겨 당선된 것과 관련, 부시대통령의 승리가 불공정하다는 민주당원들의 심리가 최근 반 부시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원들은 당시엔 부시 대통령의 당선을 수용하고 9.11테러 사건 후 수습 과정에선 한동안 부시 대통령을 중심으로 모이기도 했지만, 이라크 정책을 계기로 다른 각종 정책의 보수화까지 겹쳐 반부시로 급격히 선회했다는 것이다.
반부시 현상이 대선 투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정치분석가들은 민주당측에 일장일단을 들고 있다.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이들의 투표율을 높일 가능성은 유리한 점이지만,지나친 반부시는 무소속표나 부동표의 외면이라는 역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런츠는 "지난 96년과 98년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 도를 넘자 정작 클린턴 대통령보다는 클린턴 대통령에게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에게 국민들이 분노해 클린턴 대통령을 돕는 결과를 낳은 것과 같은 현상이 다시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기우기자 key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