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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음지로 되돌아가는 대부업체들

입력 | 2004-02-23 16:40:00


지하로 숨어드는 대부업체가 부쩍 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월 한 달 동안 대부업체 1만4236곳 가운데 2707곳이 등록을 취소해 등록취소율이 20%에 이르렀다. 작년 6월 말까지만 해도 6.1%에 그쳤던 대부업체 등록취소율이 6개월 만에 3배를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달 하루 평균 새로 등록한 업체 수는 14개였지만 취소업체는 15개로 새로 생겨나는 대부업체보다는 문을 닫는 업체가 더 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문을 닫은 거의 모든 대부업체들이 ‘고리(高利) 사채업자’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고리로 불법 영업을 하던 무등록 사채업자를 양지로 끌어내기 위해 2002년 10월 대부업법을 만들었다.

연간 대출이자율을 66%(1일 0.18%)로 제한하는 대신 합법적인 영업권을 보장해준 것. 하지만 대부업체를 양지로 끌어내려던 정부의 시도는 18개월 만에 위기를 맞았다.

왜 대부업체들은 다시 음지를 향하는 것일까? 대부업계에서는 이구동성으로 “자금조달비용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데 반해 이자율은 형편없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대부업법 시행이전 120∼130%의 이자율은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반면 최근 신용불량자가 대거 양산되면서 저축은행에서 조달하는 자금도 여의치 않아졌다.

대부업계측은 “돈을 빌리고자 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여서 손만 뻗으면 쉽게 장사를 할 수 있는 마당에 굳이 양지를 고집할 이유가 있느냐”고 반문한다. 선뜻 동의하기는 힘들지만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사채업으로 돌아서고 있는 대부업계를 두고 정부는 ‘단속의 칼’을 빼들었다. 생활정보지와 광고전단 등을 분석해 무등록 대부업체를 적발하고 시장 감시를 강화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정부 대책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공허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부업체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제도권 금융시장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마지막 몸부림이다. 이들이 고리의 사채시장에서 허덕이는 악순환에 빠지지 않도록 정부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