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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광고가 TV 속으로?”…자막 통해 정보전달 강조

입력 | 2004-02-23 17:47:00


축구감독 차범근씨 가족이 등장하는 SK텔링크의 ‘00700’ TV광고. 광고의 처음부터 끝까지 화면에 붉은 자막이 나타난다. 광고를 보는 사람들은 모델이 속삭이는 대사보다 오히려 자극적일 정도로 꿈틀거리는 붉은 자막에 집중하게 된다. ‘국제전화 00700… 58% 저렴….’ 마치 인쇄광고를 TV 화면에 옮겨 놓은 듯한 느낌이다.

대웅제약의 소화제 ‘닥터 베아제’ 광고. “소화는 위에서만 하는 거 아닌가요?”라는 양미경의 질문에 대한 답으로 ‘오렌지색 소화제가 상식을 바꿉니다’라는 대형 자막이 커다란 효과음과 함께 나타난다.

이처럼 TV광고에 자막을 대거 삽입해 인쇄광고처럼 보이게 하는 형태의 광고가 부쩍 늘었다. 이는 이미지 전달에는 효율적이지만 자세한 정보를 줄 수 없는 TV광고의 단점을 보완하려는 것. 특히 새로운 서비스를 알리거나 경쟁사와의 비교를 목적으로 하는 이동통신 및 전자업체들이 선호하고 있다.

탤런트 권상우가 출연한 KTF의 ‘Fimm’ 광고가 좋은 예다. 인기 절정의 연예인을 출연시켰기 때문에 권상우를 부각시키는 데만 치중해도 광고 효과를 크게 볼 수 있는 상황. 하지만 ‘…데이터 요금 월 2만4000원’ 등 수치를 제공하는 핵심 정보를 커다란 전면 자막으로 처리했다.

이 밖에도 GM대우의 마이너스 할부제도 프로모션 광고, 남양유업의 아인슈타인 우유 광고 등 인쇄광고 스타일의 TV광고는 전 업종에 걸쳐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이는 경기 침체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광고대행사인 휘닉스컴 박영숙 차장은 “그동안 ‘촌스럽다’는 이유로 꺼려 왔던 자막 광고가 크게 늘어난 것은 경기 탓이 크다”며 “기업이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최대한 확실하게 전하려는 조바심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