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네이버닷컴, 그래픽=강동영기자
차범근(51·수원 삼성 감독)이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에서 프랑크푸르트 유니폼을 입고 데뷔골을 터뜨린 게 79년 8월 29일.
그로부터 24년 5개월 25일 만에 아들 차두리(24·프랑크푸르트)가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골을 터뜨렸다. 그것도 아버지처럼 헤딩슛으로.
23일 열린 분데스리가 1부리그 2003∼2004시즌 프랑크푸르트-헤르타 베를린의 경기.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출전한 차두리는 전반 18분 스켈라의 크로스를 받아 문전에서 절묘한 백헤딩슛으로 골네트를 갈랐다. 차두리와 아마나티디스가 골을 터뜨린 프랑크푸르트는 2-1로 승리해 5승5무11패로 18개 팀 중 16위.
차범근은 70,80년대 한국축구를 대표한 스타. 2002월드컵에서 이름을 알린 차두리는 한국축구의 떠오르는 별. ‘부자(父子) 축구스타’가 2대에 걸려 분데스리가에서 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다.
차두리의 이날 골은 여러 가지로 기념비적이다.
79년 프랑크푸르트에 입단한 차 감독은 이 해 8월 29일 슈투트가르트와의 경기에서 헤딩으로 분데스리가 데뷔골을 장식했다. 차두리의 골도 프랑크푸르트 선수로선 데뷔골.
차범근-두리 부자가 분데스리가 100호 골을 합작한 것도 의미가 크다.
차 감독은 프랑크푸르트에서 122경기에 출전, 46골을 터뜨렸고 83년 레버쿠젠으로 이적해 52골을 추가함으로써 308경기에서 98골을 기록했다. 98골은 역대 분데스리가 진출 외국선수 중 최다골. 그러나 차 감독은 평소 100골을 채우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는데 그 나머지를 아들이 채워준 것.
차두리는 지난해 1월 26일 빌레펠트 소속으로 베르더 브레멘과의 경기에서 분데스리가 데뷔골을 넣었고 이번이 2호골이다.
차 감독은 전성기 시절 ‘갈색 폭격기’로 불렸다. 그렇다면 이제 막 골 시동을 건 아들 두리가 아버지를 능가할 수 있을까.
우선 위력적인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플레이 스타일은 비슷하다. 차 감독의 100m 최고기록은 11초3. 차두리는 최근 11초 중반대를 기록하고 있지만 날이 갈수록 스피드가 붙고 있어 스피드에 관한 한 아버지를 능가할 전망.
덩치도 차두리가 더 크다. 키는 5cm가 더 크고 체중도 현역시절의 아버지(72kg)에 비해 3∼4kg 더 나간다.
분데스리가 입단 때의 명성은 아버지가 한 수 위. 경신고 3학년 재학 중인 18세 때 국가대표로 선발된 차 감독은 79년 독일 진출 전 이미 ‘아시아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불렸다. 이런 배경 때문에 차 감독은 독일 진출 첫해에 축구 전문잡지인 ‘키커’지가 선정하는 분데스리가 톱스타 순위에서 350명의 선수 중 4위에 자리매김했다.
반면 4세 때 레버쿠젠 유소년팀에서 축구를 시작한 뒤 육상과 축구를 같이하면서 기초를 다진 차두리는 아직 ‘미완의 대기’. 그러나 18일 레바논과의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첫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은 데 이어 닷새 만에 골을 추가하는 등 고속 주행 중.거스 히딩크 전 한국대표팀 감독이 2006년 월드컵에서 가장 크게 활약할 유망주로 꼽은 선수도 바로 그다.
이날 전지훈련차 터키에 있다가 아들의 골 소식을 들은 차 감독은 “두리가 리그 후반기 들어 최고의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다. 레바논전 골로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