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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프로야구 감독과 지방색

입력 | 2004-02-23 18:10:00


광주일고는 한국을 대표하는 야구 명문. 그동안 수많은 스타를 배출했다. 그러나 프로야구에선 여태 1명의 사령탑도 배출하지 못했다. 출범 23돌을 맞는 올해까지 대행을 제외하고도 38명의 감독이 취임했는데 말이다.

이는 최고 명장으로 손꼽히는 김응룡 삼성 감독이 해태 시절 18년 장기독재를 한 탓. 동전의 앞뒷면이지만 또 다른 원인을 찾는다면 지방색일 것이다. 출범 당시 지역 연고를 기반으로 성장한 프로야구는 자기 고장 출신 스타를 감독으로 중용해 왔다. 이러다 보니 제 아무리 슈퍼스타라도 비연고팀에서 감독 데뷔를 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이를 깬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SK 조범현 감독과 올해 LG 이순철 감독, 그리고 삼성 선동렬 수석코치의 경우. 선 코치를 감독급으로 분류한 것은 그의 높은 위상 때문. 코치로선 이례적으로 2년 계약에 입단 기자회견까지 했고 항간에선 차기 대권주자로 확약을 받았다는 소문까지 들리는 터다.

대구 출신으로 충암고를 나온 조 감독은 데뷔 첫해인 지난해 인천의 만년 하위 SK를 한국시리즈까지 올려놓았으니 이미 인정을 받은 상태. 문제는 이 감독과 선 코치다. 공교롭게도 둘은 모두 광주 출신. 호적상 나이는 이 감독이 두 살 많지만 81학번 동기로 이 감독은 광주상고와 연세대, 선 코치는 광주일고와 고려대를 나온 라이벌이자 친구 사이다.

둘은 해태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최고의 야수와 투수로 이름을 날렸지만 이제 지도자로서 새로운 경쟁을 시작해야 한다. 아직까지는 선 코치가 이 감독에 비해 무리 없이 팀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 해태 시절 군기반장으로 통한 이 감독은 이상훈 트레이드 파동을 시작으로, 김재현 유지현의 계약 때 매끄러운 중재자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반면 자상한 편인 선 코치는 텃세가 심하기로 소문난 대구에서도 융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선배들이 즐비한 가운데 수석코치가 됐지만 솔선수범하는 모습에 누구도 시비를 거는 것 같지 않다.

그러나 둘의 경쟁은 지금부터. 지난해 조 감독의 성공 신화가 40대 감독시대를 열었듯 올해 이순철 선동렬 듀엣의 성공적인 지도자 데뷔로 우리 프로야구도 지방색을 탈피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