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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암의 버저비터]‘부상 병동’ 현주엽 키다리 용병이 ‘웬수’

입력 | 2004-02-23 18:23:00


KTF 현주엽(1m95)이 지난주 오른쪽 발목 인대를 심하게 다쳐 올 시즌을 마감했다. 무릎 수술 후 1년 이상 재활에만 전념하다 겨우 컴백했는데 한 시즌도 못 뛰고 다시 코트를 떠나는 마음이 오죽할까.

현주엽은 휘문고 시절부터 ‘10년에 한명 나올까 말까 한 대어’라는 평가를 들었다. 고교 1년 선배 서장훈(삼성)이 연세대로 진학하자 “대학 농구 발전을 위해 라이벌팀으로 가겠다”며 고려대행을 택한 그다. 1998년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당시 SK 안준호 감독이 현주엽을 뽑고는 우승이라도 한 듯 감격의 만세를 불렀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그는 한국 최고의 파워포워드였다.

2002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서 한국이 미국 프로농구(NBA) 주전센터인 야오밍을 앞세운 중국을 꺾던 통쾌한 결승전을 본 팬이면 현주엽의 인상적인 플레이를 기억할 것이다. 그런 현주엽이지만 프로농구에선 고전을 면치 못했다. 단 한 차례도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본적이 없고 끝내 부상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빠졌다.

현주엽의 불운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포지션이 용병들과 겹치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현주엽뿐 아니라 2003신인드래프트 1순위 김동우(모비스·1m99)와 2순위 정훈(TG삼보·2m), 2001드래프트 1순위 송영진(LG·2m) 등이 똑같이 겪는 딜레마다.

국내선수들은 용병보다 탄력과 파워는 물론 골 결정력과 스피드도 떨어지는 게 사실. 이를 만회하려다 보니 과도한 몸싸움과 무리한 점프로 부상 위험이 높아진다.

이런 이유로 장신 꿈나무들이 농구를 외면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프로무대에 가도 용병 때문에 설 자리가 없다는 생각에서다. 한국농구가 키 작은 선수들로만 채워질 경우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 등 국제무대에서의 성적은 보나마나다.

여기서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용병의 출전시간이나 보유 숫자를 줄여 국내선수들을 보호하자는 것이다. 이 결정은 한국농구연맹(KBL) 이사회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각 팀 단장들이 이사직을 맡고 있다 보니 이해관계가 엇갈려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대목이 있다.

최근 경제계에선 업무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위해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차제에 재도약이 필요한 KBL 역시 사회 각 분야의 명망 있는 사외이사를 과감하게 영입하고 전문 경영인에게 행정을 맡기면 어떨까.

MBC 농구 해설위원 cowm55@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