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각 진영이 새 대표 선출 방식과 선거대책위원회 출범 시기를 놓고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어 한나라당 내분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선대위 출범 시기=최병렬(崔秉烈) 대표는 23일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선대위 출범 후 새 대표를 뽑기 위한 전당대회 개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소장파들은 이에 대해 “최 대표가 총선을 책임지고 지휘할 선대위원장을 직접 임명해 그 뒤에 선출되는 새 대표를 허수아비로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초선인 전재희(全在姬) 의원이 이날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최 대표는 당무에서 손을 떼라”고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관련기사▼
- 崔대표 공천 영향력에 미련?
수도권 초재선 및 소장파 모임인 ‘구당(救黨)모임’은 이날 회의를 열고 최 대표의 방침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선(先) 전당대회 개최, 후(後) 선대위 출범’이란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들은 “총선을 앞두고 실질적인 제2의 창당을 해야 하며, 이를 위해선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 선출될 대표가 선대위원장을 임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중진인 김덕룡(金德龍)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총선 전 전당대회를 열어 ‘신당 창당준비위원회’를 구성한 뒤 창당준비위원장이 총선을 지휘하도록 하고, 총선이 끝난 뒤 2차 전당대회를 열어 새 대표를 선출하자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총선 승리를 위해선 새 대표 체제로의 이행보다 당 외부의 개혁 성향 인사를 수혈하는 신당 창당이 급선무라는 주장이다.
▽새 대표 선출 방식=김덕룡 의원은 이날 2차 전당대회에서 새 대표를 만장일치로 합의 추대하자고 제안했다. 지난주 강재섭(姜在涉) 강창희(姜昌熙) 의원도 박근혜(朴槿惠) 의원을 새 대표로 합의 추대하자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최병렬 대표는 전국 유세를 포함한 경선 절차를 거쳐 새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여준(尹汝雋) 여의도연구소장도 “구태의연한 추대 방식은 안 된다. 총선에서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려면 신선한 얼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구당모임은 아직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당 내에선 차기 대표 후보감에 대한 구당모임 내부의 견해 차이가 워낙 커 대표 선출 방식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후문도 나오고 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