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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가전’ 업계효자 될까…수능강의 맞춰 마케팅 총력

입력 | 2004-02-23 18:55:00


‘대학수학능력시험 관련 기능을 강조하면 잘 팔릴까.’

좀체 풀리지 않는 내수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가전업체의 마케팅 노력이 ‘수능’으로 몰리고 있다.

휴대용 멀티미디어기기와 개인용 비디오 녹화기(PVR), TV 겸용 모니터 등 본격적으로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제품은 물론 소형 TV와 VCR, 위성방송셋톱박스, 데스크톱 PC, 노트북 등 기존 제품들도 저마다 교육방송 시청에 이로운 ‘교육가전’임을 내세우고 있다.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며 기대감이 큰 곳은 PVR와 휴대용 멀티미디어기기 업체들.

23일 PVR 신제품을 발표한 제론블루(www.zeronblue.com) 구재준 대표는 “신제품 시판을 준비하던 중 교육방송 수능 강의 방침이 발표돼 책갈피 기능과 노트 기능을 추가했다”며 “기존 VCR처럼 일일이 테이프를 교체할 필요 없이 120시간 분량의 강의를 녹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녹화된 방송강의를 원하는 부문만 저장 및 편집할 수 있는 ‘요약기능’과 반복 학습할 부분을 표시하는 ‘책갈피 기능’, 중요 화면을 별도로 저장하는 ‘노트 기능’을 내세워 아예 ‘교육방송 전용 PVR’라고 판촉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먼저 PVR 제품을 시판하고 있는 디지털앤디지털(www.digital-digital.com)은 고교 학생증을 제시하는 학생에게 제품을 할인해 주는 행사를 전자랜드와 함께 기획하고 있다.

디지털앤디지털 김휘래 홍보팀장은 “지금까지 PVR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애를 먹었다”며 “이번 수능 기회를 살리기 위해 회사 전체가 상반기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PVR 제품은 생방송 중에도 화면을 돌려서 보는 것이 가능하고 원하는 프로그램을 연속으로 녹화할 수도 있다.

오락기능을 강조해온 휴대용 멀티미디어 업체들은 방향을 전환해 ‘등하굣길에도 교육방송을 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작년 12월 휴대용 멀티미디어 레코더인 ‘아코스 AV320’을 내놓은 대우텔레텍(www.daewooteletech.com) 김정용 사장은 “시간에 쫓기는 수험생에게 이동 중에도 학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마케팅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별도의 장비 없이 TV의 교육방송을 녹화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자투리 시간 활용에 좋은 점을 강조한다는 전략.

삼성전자는 TV 겸용 모니터를 2종이나 잇달아 선보이며 공부방에 두는 ‘세컨드 TV’ 시장을 노리고 있다. LG전자도 TV 겸용 모니터 시장에 추가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며 판매대책을 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부에 필요한 제품에는 지갑을 좀 더 쉽게 열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며 “이번 교육방송의 수능 강의가 가전업계에도 활력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