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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던 교복 구할수 없나요"…경기 불황에 학교마다 문의전화

입력 | 2004-02-23 18:55:00

23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지하철 창동역사 앞 ‘도봉상설알뜰매장’에 신학기 용품 장터가 선다. 행사 첫날 1000원부터 판매되는 중고 교복을 비롯해 학용품, 참고서를 싼 값에 사려는 알뜰 학부모와 학생들로 성황을 이뤘다. 서울도봉구 새마을부녀회와 주부환경연합회 주최. -김미옥기자


《“우리 아이 교복을 못 구했어요. 방법이 없을까요?” 23일 오전 서울 강북지역의 모 중학교 교무실. 한 학부모가 교사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이 학부모는 “아들이 올해 입학하는데 가정형편이 어려워 새 교복을 사기가 어렵다. 졸업을 앞둔 선배들이 남긴 중고(中古) 교복을 구할 수 없느냐”고 물었다. 전화를 받은 교사 김모씨(44)는 “중고 교복을 구하려는 전화가 하루에 두세 통씩 걸려오는데 남는 교복이 없어 도와주지 못하고 있다”며 “경제가 어려워서 그런지 올해 유난히 교복을 구하려는 학부모가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고교 입학을 앞두고 알뜰 학부모들이 중고 교복을 구하기 위해 아우성이다. 교복을 제대로 갖추려면 수십만원이 드는 반면 중고 교복은 2만원이 채 안 돼 몇 푼이 아쉬운 학부모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

신입생뿐만 아니라 재학생도 마찬가지. 중고교생 대부분이 성장이 빨라 1년 단위로 새 교복을 사야 하는 학생이 적지 않기 때문.

중고 교복이 인기를 끌면서 각 학교나 구청 등이 마련한 알뜰장터도 성황을 이루고 있다. 서울 모 중학교에 다니는 신모군(14)은 “부모님에게 알뜰장터에서 교복을 사겠다고 했더니 너무 좋아하셨다”며 “알뜰장터에서 3 대 1쯤 되는 ‘대단한’ 경쟁을 뚫고 겨우 교복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반대로 새 교복을 파는 업자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서울 도봉구 쌍문동 한 교복판매업체 사장은 “지난해에 비해 매출이 40%나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원인을 알아보니 학생들이 대부분 중고 교복을 구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교복은 의무적으로 입어야 하는 옷이어서 경기를 안 타는 줄 알았는데 중고 교복 때문에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당장 필요한 참고서 학습보조기구 등 학용품도 비슷한 실정이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학부모들은 상태가 좋은 중고 학용품을 싼값에 구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인터넷 벼룩시장에 초중고교 시절 쓰던 학용품 20여가지를 ‘재미삼아’ 내놨던 김모씨(25·여)는 쏟아지는 문의전화에 깜짝 놀랐다. 김씨는 “이렇게 전화가 빗발칠 줄 몰랐다”며 “물건을 내놓은 지 얼마 안 돼 다 팔렸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아들을 둔 주부 정모씨(32)는 “요즘 생활정보지에서 학용품 매물을 찾는 게 일”이라며 “판매자에게 전화를 해보면 이미 팔리고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 종로구 창신동, 강동구 천호동 등에 형성된 학용품 도매상가들은 “지난해에 비해 매출이 절반가량 줄었다”고 호소했다.

20일 ‘교복 및 학용품 알뜰장터’를 연 양천구청 관계자는 “중고 교복 및 학용품을 구하려는 사람이 1000여명이나 몰려들었지만 나온 물건이 턱없이 부족해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