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경찰청 기자실. 넉 달 넘게 끌어 온 이한선(李漢宣) 치안감 비리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경찰청 특수수사과 관계자 2명이 기자실에 들어섰다.
30분 넘게 진행된 브리핑은 시종 화기애애했다. 기자들이 질문을 하면 수사 관계자들은 꼼꼼하고 자세하게 답변했다. 경찰 최고위직 중 하나인 현직 치안감의 비리를 밝히는 자리인데도 수사 경찰관들은 혐의를 감추거나 옹호하려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뭐든 물어보면 자세히 답하겠다”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일선 경찰관들의 사소한 비리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숨기기에 급급하던 평소의 태도와는 사뭇 달랐다.
이날 경찰은 주식투자 손해액을 증권사 직원에게 물어내도록 한 혐의 등 이 치안감의 새로운 비리 혐의 몇 가지를 추가했다. 이는 감사관실의 직무고발 당시에는 없던 내용으로 모두 ‘철저한’ 수사 끝에 새로 밝혀낸 것들이다.
지난해 9월 경찰종합학교장 시절 이 치안감은 학교운영 방식을 두고 경찰청과 갈등을 빚었다. 경찰청은 경찰종합학교에 대해 강도 높은 감사를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이 치안감이 항명을 하다 ‘괘씸죄’에 걸렸다”거나 “최기문(崔圻文) 청장과의 불화가 이번 감사의 원인이다”는 등 다양한 해석이 뒤따랐다. 급기야 지난해 10월 초 감사관실은 경찰 사상 최초로 현직 치안감을 특수수사과에 직무 고발했고 이후 정식 수사가 진행됐다.
경찰의 발표대로라면 이 치안감의 범죄 행각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또 비리에 대해 강도 높은 감찰과 수사를 벌이는 것은 경찰의 당연한 임무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떤 수사건 공명정대해야 한다는 것도 또 다른 당위다. 공적 업무인 수사에 사적 감정이 개입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치안감에 대해 사적인 감정으로 표적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경찰 안팎에서 제기돼 온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모처럼 조직 내부의 비리를 스스로 파헤친 경찰 수사가 ‘미운 사람 내치기’로 비친다면 그 결과가 일선 경찰관과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려울지 모른다.
이완배 사회1부 기자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