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순위별로 몇 개 그룹을 묶어 일제히 조사하는 기존 부당내부거래 조사 방식을 중단하고 앞으로는 혐의가 있는 그룹만 골라 조사하기로 했다.
또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기업가정신을 부추기기 위해 법과 제도를 과감히 고치겠다’고 밝히는 등 경제부처들이 ‘기업친화적 정책’으로 본격 선회하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강철규(姜哲圭) 공정거래위원장은 2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가진 정례 브리핑에서 ‘대기업에 대한 일제 조사 중단’을 핵심으로 하는 올해 부당내부거래 조사 방향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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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위원장은 “혐의가 있는 기업에 대해 수시로 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부당내부거래 관행이 개선되거나 자율적인 감시체제를 갖춘 기업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조사를 면제해 주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조사면제 요건으로는 △상시(常時) 점검이나 종전 조사 결과 위법 혐의 건수와 내용이 미미한 경우 △사외이사 구성 비율과 이사회 독립성, 집중투표제 도입 등 기업 내부 견제시스템이 우수한 경우 △특수관계인이나 계열사간 거래를 통제하는 내부거래위원회를 설치한 경우 등을 제시했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제 조사가 불가피했으나 행정편의적 조사라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데다 부당 내부거래 관행의 개선 정도가 그룹별로 달라 새로운 방안을 도입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를 위해 조사를 실시할 때마다 부정기적으로 받던 내부거래조사표를 자산 규모 2조원 이상 기업집단에 대해 매년 받는 대신 조사표 기재항목을 25%가량 줄여 기업의 작성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또 매년 초에 조사 대상을 일괄 발표하던 조사예고제도를 구체적 혐의가 있어 직권 조사가 필요한 기업에 1주일 전 개별 통보하는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한편 이 경제부총리는 이날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가진 연구기관장 오찬간담회에서 “기업 활력이 부족한 것은 기업들의 역량 부족과 제도적 장애 때문”이라며 “기업가 정신을 고양하기 위해 관련 법과 제도를 과감히 고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재경부는 대기업의 신(新)사업 진출에 대한 조세감면 외에 기존 기업의 분사(分社)를 통한 창업 지원과 출자총액제한 규제 완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부총리는 “실업과 민생 문제가 해결되려면 올해 성장률이 5%를 훨씬 넘어야 하는데 이대로 가면 5% 달성도 어렵다”고 거듭 강조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