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건설교통부와 철도청이 확정 발표한 고속철도 요금체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할인카드’ 제도다.
▽다양한 할인제도=‘동반’ ‘비즈니스’ ‘청소년’ ‘경로’ 등 4종류의 카드를 장당 2만5000∼10만원을 주고 구입할 경우 다음부터 승차권을 살 때 보여주면 평일에는 운임의 30%, 휴일과 공휴일에는 15%를 깎아주는 것.
그러나 할인카드를 자주 사용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손해다. 가령 서울∼대전을 자주 오갈 목적으로 7만원권 ‘비즈니스’ 할인카드를 구입한 뒤 6개월 이내에 고속철도를 평일 편도 12회, 주말에는 24회 이상 타야 이익이 된다. 주말에 주로 여행을 하는 사람이라면 할인기간 동안 2주에 한번은 고속철도를 타야하는 셈.
승차권 사전구입에 대한 할인제도도 있다. 30일 이전에 예매를 할 경우 평일분의 경우 7∼20%, 주말분은 3.5∼10% 싸게 구입할 수 있다. 출퇴근이나 통학 승객을 위한 정기할인권은 서울∼대전의 경우 30일치 왕복권(118만2000원)을 45만6000원에, 서울∼천안은 26만4000원(정상가 68만4000원)에 살 수 있다.
이 밖에 인터넷 예약은 2%, 자동발매기 이용은 1%, 10인 이상 단체는 10%를 깎아주는 등 고속철도 요금에는 다양한 할인제가 있기 때문에 액면가를 모두 내고 타는 승객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싼가, 비싼가=고속철도 요금은 새마을호보다 평균 1.25배 비싸고, 항공운임의 절반 수준이다. 얼핏 싸다고 느낄 수 있으나 고속철도의 속도를 감안하면 그리 싼 것은 아니다.
시속 300km로 달릴 수 있는 고속철도 전용 선로가 깔린 구간은 경부선의 경우 서울∼동대구 293km구간과 호남선은 서울∼서대전 160km 구간뿐이다. 나머지는 기존 선로 위를 달리기 때문에 새마을호와 속도나 시간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
407km 거리인 서울∼목포 요금(4만1400원)이 서울∼동대구 요금(3만4900원)보다 크게 비싸지 않은 것은 그만큼 속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운행 횟수 등=운행 횟수는 서울(서울 용산 광명역) 출발 기준으로 평일 왕복 72회, 주말에는 92회. 당초 예정보다 10회씩 줄었으나 철도청은 “승객이 뜸한 시간 위주로 운행량을 줄였으므로 승객 불편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속철도가 개통하면 전체 열차 운행량은 하루 왕복 486회로 현재(374회)보다 30%가량 늘어난다.
건교부와 철도청은 개통일인 4월 1일 이전에 ‘호남선 복선전철 준공식’과 ‘경부고속전철 1단계 개통식’을 대대적으로 열고 고속철도 개통을 범국민적 축제 분위기로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다양한 요금제와 축제 분위기가 자가용에 밀린 철도를 ‘국민교통수단’으로 다시 띄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