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29대책’으로 약세를 보였던 강남 아파트 값이 최근 강세로 돌아설 조짐이다.
특히 잠실동 가락동 고덕동 등에서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값의 오름세가 두드러진다.
가락 시영, 잠실 주공, 고덕 주공 등은 2월 들어 평형에 따라 500만∼2000만원 올랐다.
투기 세력이 다시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일까.
그러나 부동산 중개 현장에서 최근 투기 세력이 아파트 값을 부추긴다는 단서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강남구 대치동에서 20년간 중개업에 종사해온 한 중개업자는 “요즘 서울의 아파트 시장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에서도 집값이 강세라면 10·29대책 전후에 쏟아진 ‘투기세력에 의한 아파트값 거품론’은 다소 과장됐을 수 있다. 투기에 의한 거품도 있지만 탄탄한 실수요층이 아파트 값을 뒷받침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중개업계는 주장한다.
적어도 지난해 국토연구원이 강남 아파트 값의 40%는 거품이라고 분석한 것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집값 거품론’은 80년대 이후 늘 우리 곁에 있었다. 90년대 후반 일부에서는 집값이 폭락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 근거로 100%에 육박한 주택보급률이 인용됐다.
현재 서울 등 수도권의 주택보급률은 90%를 웃돌아 신규 주택 수요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전체 가구 가운데 주택을 소유한 가구의 비율은 서울 46%, 인천 59.5%, 경기 50.6% 등에 불과하다.
더욱이 내집 장만 수요자 중 대부분은 아파트를 원하지만 한국의 주택 가운데 아파트의 비율은 아직 50%를 밑돌고 있다. 서울 등 수도권의 아파트 실수요자는 드러난 수치보다 훨씬 많은 셈이다. 정부는 그동안 집값이 오를 때마다 투기억제 정책을 내놓았으나 그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는 잠재된 실수요와 시장원리를 가볍게 여긴 결과다.
신임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택지공급을 통해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고 했으니 결과가 주목된다.
또 아파트 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된다면 무주택 서민이 내집마련을 서둘 필요도 없지만 미룰 필요도 없는 것 같다.
이은우 경제부기자 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