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지바고’의 오마 샤리프(72·사진)는 아직도 건재했다. 전설적 스타이자 과거 ‘할리우드 키드’들의 우상이었던 그는 3월에 개봉되는 할리우드의 대작 ‘히달고’(조 존스턴 감독)에서 아랍 족장으로 출연해 다시 은막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2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만난 그는 머리는 백발이지만 날렵한 몸매에 유머감각과 활력이 넘치는 당당한 노신사였다. 그는 이 작품이 5년만에 처음 출연한 영화라고 밝혔다.
“젊었을 때는 좋은 배역이 들어왔지만 나이가 들면서 별 볼 일 없는 역할만 들어왔다. 어느 날 손주들이 ‘할아버지가 나온 영화는 모두 별로’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체면과 위신을 지키기 위해 영화에 출연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구식 영화에 가까운 데다 멋진 모험과 훌륭한 교훈을 담고 있어 출연을 결심했다”
‘히달고’는 19세기 말 아라비아 사막을 횡단하는 대장정에 참여한 미국 카우보이의 실화를 다룬 영화. 샤리프는 작품 속에서 딸의 개성을 살려주는 아버지이자 카우보이와 우정을 나누는 아랍 족장으로 등장한다.
그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아랍인은 물론 소수인종 배역은 대부분 정상적 인물이라기보다 희화화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이 영화에선 아랍인이 주요 캐릭터로 등장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태생의 그는 데이비드 린 감독이 연출한 ‘아라비아의 로렌스’(1962년)와 ‘닥터 지바고’(1965년)에 출연하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12년 전 심장수술을 한 뒤 의사 권유에 따라 하루 100개피 씩 피우던 담배를 끊었다. 매일 운동과 음식조절을 하면서 건강도 좋아졌다.
그는 한국과 색다른 인연이 있다. 자기 이름을 붙인 담배가 나온 사실도 알고 있었다.
“5년 전 쯤 한국인 사업가를 만났는데 그가 내 이름을 사겠다고 제의해 왔다. 이름은 나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들과 상의한 끝에 바로 계약을 했다.”
18년째 프랑스 파리에서 살고 있는 그는 올 여름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영웅인 ‘길가메시’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에 출연한다. 피터 오툴과 함께 조연을 맡는다는 그는 감독과 주연배우는 누구냐고 묻자 태연스럽게 대답했다.
“난 70세 이상 감독 이름은 알지만 그 아래 연배의 감독들과 배우들은 전혀 모른다. (웃음)”
로스앤젤레스=고미석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