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계가 봄철 임금협상 시즌을 앞두고 ‘도요타 쇼크’로 떠들썩하다. 3년 연속 최고이익 기록을 경신한 도요타자동차 노조가 기본급을 동결하고 성과급 요구액도 작년보다 낮추는 파격적인 협상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은 “‘도요타 쇼크’가 다른 대기업들의 임금협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요타 노조는 기본급 동결과 함께 성과급 성격인 일시금으로 작년보다 2만엔 적은 ‘5개월분 급료+53만엔’을 요구했다. 그 대신 잔업시간을 단축하는 등 근무환경 개선을 요구했다. 이유는 “올해 세계 자동차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엔화 강세로 수출 채산성이 나빠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 회사측도 노조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뜻을 밝혔다.
도요타 노조는 2002년 협상에서 회사측의 기본급 동결 제안을 받아들인 데 이어 작년에는 아예 임금인상 요구를 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도요타 노조의 시도가 기존 직원의 고용안정은 물론 일자리 창출을 통해 작업 여건도 개선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하고 있다. 임금인상을 억제하면 회사측의 인건비 부담을 줄여 공장의 해외 이전을 막는 효과를 낼 수 있고 신규인력 채용을 늘려 노조원들의 노동강도를 낮출 수 있다는 것.
경영진도 신입사원을 새로 뽑으면 자연스러운 세대 교체로 직원의 고령화를 막을 수 있어 적극적이다. 한 노조 간부는 “회사측도 노조의 협력에 화답해 비슷한 조건이면 사원 자녀를 뽑아주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치(愛知)현 도요타(豊田)시의 도요타 본사공장에서는 부자가 함께 근무하거나 3대째 대를 이어 한 공장에서 일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러나 임금 수준이 낮은 중소기업 노조들은 도요타 노조의 행보가 다른 기업 근로자들의 여건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지난해 자동차 판매 대수에서 미국의 포드자동차를 제치고 세계 2위에 올랐으며 2003회계연도(2003년 4월~2004년 3월)의 순이익이 1조4000억엔(약 14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박원재 도쿄특파원 parkwj@donga.com